은행 12곳에서 외화계좌가
피싱 연루돼도 지급정지 불가
당국 "시스템 공백 보완해야"
은행 외화계좌가 보이스피싱, 주식 리딩방 등 금융사기의 신규 통로로 악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은 은행권에 대한 긴급점검을 실시하고 외화계좌를 통한 피해 구제 시스템 보완 등을 주문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국내 은행들의 외화계좌 운용 현황 및 지급정지 실태에 대한 내부 점검을 실시했다. 점검 결과 현재 외화계좌를 취급하고 있는 국내 은행 17곳 중 12곳이 지급정지 전산 시스템상에서 외화계좌 자체를 선택할 수 없는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자금 세탁 등 명백한 범죄 의심 정황이 포착되거나 피해자의 긴급 신고가 접수되더라도 통신사기피해환급법상 지급정지 조치를 내리지 못하는 치명적인 시스템 공백이 존재해왔던 셈이다. 금감원은 이번 내부 점검 결과를 바탕으로 이달 말 국내 은행권 준법감시인 간담회를 소집해 구체적인 악용 사례를 공유하고 내부 통제 강화를 주문할 예정이다.
실제로 최근 기승을 부리는 금융범죄들은 이 같은 금융권 전산 허점을 파고들고 있다. 보이스피싱 등으로 편취한 자금을 외화계좌로 쪼개어 송금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금융당국 점검 결과 최근 3년간 외화계좌를 악용한 은행권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금 입금 건수는 총 165건이다. 아직 피해 건수가 폭발적으로 많지는 않지만, 금융당국은 주식 투자 열풍과 대중의 외화 거래 급증 트렌드가 맞물리면서 외화계좌가 새로운 자금 세탁 우회로로 급부상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더욱이 외화계좌는 사기 피해금을 환급하는 과정에서 환율 변동에 따라 채권 소멸 금액이 시시각각 변동하고, 환전 수수료 비용 부담 주체가 모호해 현장에서 크고 작은 분쟁과 애로 사항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외화계좌가 통신사기피해환급법상 '회색지대'였다"며 "당국에서 은행별 점검과 대응 방안 마련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차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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