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엔화·유로화…안전자산이 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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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엔화, 유로화 등이 안전자산으로 부각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오락가락한 관세 정책에 미국 국채와 달러가 흔들리자 투자자들이 대안을 찾아 나선 영향이다.

13일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금 현물 가격은 지난 11일 장중 트로이온스당 3220.2달러까지 치솟았다. 연초 대비 20% 넘게 오른 금액으로, 역대 최고가다. 국내 금 가격도 상승세다. 한국거래소(KRX) 금시장에서 1㎏ 금현물(24K·순도 99.99%)은 11일 g당 15만원에 육박한 14만908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2월 기록한 최고가에 근접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 카드를 쥐고 글로벌 증시를 뒤흔들면서 전통적 안전자산인 금으로 투자 수요가 몰리고 있다. 금 가격은 올해 초부터 꾸준히 올랐지만, 아직 상승 여력이 남았다는 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이영주 하나증권 연구원은 “상호관세 유예 조치가 발표되긴 했지만, 트럼프발 불확실성이 여전한 상황”이라며 “금 같은 안전자산에 투자하려는 수요는 꾸준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에 투자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실물 금(골드바)을 구매하거나 KRX 금시장에서 금을 주식처럼 거래할 수도 있는데, 가장 간편한 투자법으로는 금 상장지수펀드(ETF)가 꼽힌다. 금값이 오르면서 올 들어 금 ETF는 좋은 성과를 냈다. ‘ACE 골드선물 레버리지(합성H)’의 수익률은 35.08%에 달했다. ‘KODEX 골드선물(H)’과 ‘TIGER 골드선물(H)’도 16~17% 수익을 냈고, 금 현물을 담은 ‘ACE KRX금현물’은 13.77% 올랐다.

달러가 약세를 보이면서 유로화, 엔화 등 주요국 통화에 대한 투자 수요도 상대적으로 커졌다. 10일 외환시장에서 유로화는 전날보다 2% 넘게 오르며 1년9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엔화도 강세다. 원·엔 환율은 이달 들어 2년 만에 1000원 선을 돌파했다. 지난해 3월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종료한 이후 세 차례 금리 인상을 단행한 일본은행(BOJ)이 금리를 더 올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는 점도 엔화 강세를 부추겼다.

엔화에 투자하는 ETF 수익률도 올랐다. ‘TIGER 일본엔선물’의 올해 수익률은 6.63%다. 국내에 상장된 13개 통화형 ETF 중 수익률이 가장 높다. 만기가 짧은 일본 국채에 투자하는 환노출형 ETF인 ‘PLUS 일본엔화초단기국채(합성)’도 국내 파킹형 ETF 중 가장 높은 5.97%의 수익률을 냈다.

기축통화인 달러의 매력도는 떨어지는 추세다. 유로화 등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미국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11일 장중 한때 100선 아래인 99.65까지 떨어졌다. 달러인덱스가 100 밑으로 하락한 건 2023년 7월 후 처음이다. 전규연 하나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신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도가 하락하면서 미 국채와 달러의 안전자산 지위가 다소 약화할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양지윤 기자 y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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