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부펀드·정책금융 확대에 투자심리 위축
인도네시아서 자금회수 시작한 글로벌은행
현지에 남겨두던 이익까지 본사로 회수해
동남아시아 최대 경제국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외국계 대형 은행들이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대통령의 국가 중심 경제정책에 대한 우려로 현지 자금을 잇달아 본사로 송금하고 있다.
28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씨티그룹, 스탠다드차타드, HSBC 인도네시아 법인은 지난 2년 동안 총 11조5000억 루피아(약 6억4000만달러)를 본사에 송금했다. 이는 같은 기간 벌어들인 순이익을 소폭 웃도는 규모로, 현지에 남겨두던 이익까지 본사로 회수한 셈이다.
이는 프라보워 대통령 취임 이전보다 크게 늘어난 수준이다. 씨티그룹은 프라보워 대통령 취임 이전인 2014~2023년 평균 이익의 84%를 본사로 송금하고 나머지는 현지 사업 확대와 자본 확충에 활용했다. 같은 기간 스탠다드차타드는 48%를 송금했고, HSBC는 2020~2023년 평균 87%를 송금해왔다.
하지만 씨티그룹은 2024~2025년 발생한 이익 대부분을 본사로 송금했다. 스탠다드차타드 역시 2024년 1조1000억 루피아 이상을 본사로 송금했는데, 이는 해당 연도 인도네시아 사업 부문 순이익의 약 4배에 달한다.
HSBC도 지난해 순이익이 2조2000억 루피아에 못 미쳤음에도 약 3조 루피아를 본사로 송금했다. 이는 2022년 이후 최대 규모다.
인도네시아 국부펀드 ‘다난타라’ 신뢰도↓
은행권에서는 프라보워 정부의 정책 방향이 외국인 투자자의 신뢰를 약화시키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인도네시아에 대한 투자 비중을 줄이기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프라보워 대통령이 정부 역할을 확대하고 국부펀드 ‘다난타라(Danantara)’를 중심으로 경제 운용을 강화한 점이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지난해 2월 출범한 다난타라는 현재 국영기업 수백 개를 관리하면서 약 9000억달러 규모의 자산을 운용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외국계 은행들의 우려는 다난타라가 100억달러 규모 대출 조달을 추진하면서 더욱 확대됐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2025년 초 열린 회의에서 판두 샤흐리르 다난타라 최고투자책임자(CIO)는 10개 은행에 각각 최대 10억달러 규모의 대출 참여를 요청하며 인도네시아와 국부펀드에 대한 지지를 당부했다.
여기에 지난주 인도네시아 정부가 다난타라 채권 매입에 대해 법률, 세무 심사를 면제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우려는 더욱 커졌다. 시장에서는 해당 조치가 출처가 불분명한 자금 유입을 허용해 국가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책자금 조달·루피아화 약세에 우려 커져
정부가 금융권을 정책자금 조달에 적극 활용하려는 움직임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인도네시아 금융감독청(OJK)은 정부 프로그램 지원을 은행 사업계획에 반영하는 방안을 비공개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논의 대상에는 프라보워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 무료 급식 프로그램과 마을 협동조합 지원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아직 공식적인 요구사항은 발표되지 않았지만 정책성 대출이 확대될 가능성만으로도 자본 배분과 리스크 관리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평가다.
루피아화 약세도 자금 회수에 영향을 미쳤다. 해리 수 PT 사무엘 세쿠리타스 인도네시아 리서치 담당 이사는 “루피아 가치 하락과 추가 약세 전망으로 외국계 은행들이 이익을 인도네시아에 유보할 유인이 줄어들고 있다”며 “투자심리가 여전히 위축된 만큼 단기간 내 이러한 흐름이 바뀔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English (U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