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는 BMI만 측정할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건강상태를 고려해 비만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과체중으로 인해 만성 질환이 있는 사람은 ‘임상 비만’으로 진단하고, 건강 문제가 없는 사람은 ‘임상 전 비만’으로 진단해 구분하자는 설명이다.
몸무게(kg)를 키(m)의 제곱으로 나눈 BMI를 기준으로 하면 18.5 미만은 저체중, 18.5~24.9는 정상 체중, 25~29.9는 과체중, 30 이상은 비만으로 분류한다. 이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비만 인구가 10억 명이 넘는다. 성인 8명 중 1명꼴이다.
하지만 BMI는 운동으로 근육을 단련한 ‘근돼’(근육돼지)를 비만으로 분류하는 등 허점이 많다.각국 의료 전문가들로 구성된 ‘임상 비만 위원회’(Commission on Clinical Obesity)는 국제 학술지 ‘란셋 당뇨병 & 내분비학’(Lancet Diabetes & Endocrinology)에 발표한 연구에서 비만을 진단할 때 체지방 측정과 기존 건강 문제의 유무를 포함할 것을 권장하며, BMI만을 개인 건강의 단일 척도로 사용하는 것에 대해 경고했다.
BMI는 환자의 전반적인 건강에 대해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으며 근육과 체지방을 구분하지 못하거나 허리와 장기 주변의 더 위험한 지방을 설명하지 못한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50여명의 위원회 전문가들은 심장병, 호흡곤란, 제2형 당뇨병 또는 관절통과 같이 신체 장기에 영향을 미치는 비만의 징후와 일상생활에 미치는 악영향을 살펴보는 새로운 모델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영국 BBC뉴스에 따르면 임상 비만 위원회 위원장인 프란체스코 루비노 영국 킹스 칼리지 런던 교수는 “비만은 범위가 넓다”며 “어떤 사람은 비만이 있어도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신체 기관이)정상적으로 기능한다. 다른 어떤 사람은 잘 걷지 못하거나 숨을 잘 쉬지 못하거나 심각한 건강 문제로 휠체어에 의지해 산다”라고 말했다.
보고서는 질병이 있는 사람과 지금은 건강하지만 향후 질병에 걸릴 위험이 있는 사람을 구분하기 위해 비만에 대한 ‘재해석’을 희망했다. 그러면서 비만 평가 및 관리를 보다 세분화한 방식으로 접근하기 위해 임상 전 비만(pre-clinical obesity)과 임상 비만(clinical obesity)이라는 용어를 사용할 것을 제안했다.임상 전 비만은 장기의 기능 장애는 없지만 과도한 지방이 몸에 축적된 상태로 임상 비만 및 심혈관 질환, 제2형 당뇨병과 같은 장기적인 건강 문제가 발생할 위험이 높은 상태를 말한다. 이 경우는 약물이나 수술 대신 체중 감량에 대한 조언, 상담, 모니터링을 통해 건강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을 줄여야 한다.
반면 임상 비만은 과도한 지방이 장기 기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거나 개인의 일상생활 수행 능력을 제한하는 상태를 가리킨다. 이는 심장마비, 신부전 또는 뇌졸중과 같은 생명을 위협하는 합병증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과도한 체지방이 개인의 건강 또는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라고 임상 비만 위원회 위원이자 미국 노스웨스턴 대학교 페인버그 의과대학 교수인 로버트 쿠시너 박사가 미국 ABC뉴스에 말했다.
위원회는 또한 비만을 여러 건강 결과를 초래하는 만성 질환이라고 강조했다.
“비만은 정신·행동적 현상이 아닌 신체적 현상이다. 비만은 질병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키는 원인이 된다. 체중을 줄이면 이 모든 문제가 동시에 개선된다”라고 미국 웨일코넬 의과대학 종합 체중조절 센터 소장인 루이스 아론 박사가 ABC뉴스에 말했다.
“비만의 합병증이 이미 있는 사람들(임상 비만)을 인정하고, 이들에게 더 집중적이고 비용이 많이 드는 치료를 제공하는 것이 비용 효율적인 접근법이다. 그 지점에 도달하지 않은 사람들(임상 전 비만)은 덜 집중적이고 비용이 적게 드는 치료로 시작할 수 있다”라고 아론 박사는 덧붙였다.이번 연구 결과는 권고안에 불과하다. 따라서 의료계가 이를 채택할지, 수용한다면 언제부터 실행할지 불분명하다.
쿠시너 박사는 “BMI가 높다고 해서 일률적으로 비만으로 진단하는 방식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첫걸음을 내딛고 있다. 우리는 체중으로 인해 피해를 입는 개인들을 식별 할 필요가 있다”며 “우리는 이것을 널리 알리려고 노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박해식 동아닷컴 기자 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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