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과 기관투자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집중 매수하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과 더불어 수출 실적의 뚜렷한 개선 흐름이 나타나고 있어서다.
◇외국인, 삼성전자 2800억 순매수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는 이날까지 지난 5거래일간 SK하이닉스를 7154억원어치, 삼성전자를 4385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외국인은 이날 하루에만 삼성전자를 282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4조5000억원 이상 팔아치우던 움직임이 확연히 달라졌다.
기관도 삼성전자를 대규모로 순매수하고 있다. 지난 5거래일간 3446억원만큼 사들였다. 이 기간 SK하이닉스는 273억원만큼 순매수했다.
‘큰손’들의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양대 반도체주 가격도 크게 오르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날 2.25% 오른 5만9100원에 거래를 마쳤다. SK하이닉스는 3.22% 상승해 22만4500원에 마감했다. 지난 5거래일간 삼성전자는 5.16%, SK하이닉스는 4.66% 올랐다.
◇D램 가격 급등에 수출 호조
최근 반도체 수출 증가가 외국인과 기관의 관심을 키웠다.
대체데이터 플랫폼 한경에이셀(Aicel)에 따르면 지난달 반도체 수출액은 137억9900만달러로 전년 대비 21.3% 늘었다. 역대 5월 수출 실적 중 최대다. 하루평균으로 따지면 지난해 9월 이후 가장 수출 규모가 컸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반도체 수출 누적 총액은 전년 동기 대비 11.33% 많다.
고대역폭메모리(HBM)와 범용 D램 수요가 꾸준한 가운데 가격이 오르면서 수출 실적 개선을 뒷받침하고 있다는 게 전자업계 설명이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램 범용제품(DDR4 8Gb 1Gx8)의 지난달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전달보다 27.27% 올랐다. 지난달 22.22% 뛴 데 이어 두 달 연속 20%대 상승이다. 중국의 이구환신 정책으로 전자제품 수요가 늘어난 상황에서 미국 정부의 반도체 관세 우려가 커지자 PC 제조사 등이 사전 재고 확보에 나선 영향이다.
증권가에선 이 같은 분위기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동희 SK증권 연구원은 “미국 빅테크는 경기 침체 우려와 관계없이 과감한 인공지능(AI) 설비투자 계획을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임혜윤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는 대체하기 어렵고, 미국의 수입 의존도가 높은 제품”이라며 “실제 관세 영향도 시장의 우려만큼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수요 확대 여부가 주가 관건”
증시 전문가들은 올 하반기 글로벌 반도체 수요 증가 여부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의 중장기 변수로 꼽았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올 하반기 반도체 수요가 늘어날지가 내년 주가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전자는 저평가 인식에 따른 저가 매수세가 유입이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삼성전자의 이날 주가는 작년 같은 시기에 비해 24% 낮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삼성전자 주가가 최근 소폭 올랐어도 역사적으로는 낮은 수준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이라며 “자사주 매입을 약속한 물량이 4조원 규모 남아 있는 점도 주가 하락을 방어하는 요인으로 작용 중”이라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