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원·달러 환율이 외환위기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으면서 국가적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대중들은 위기의 경제 상황을 풍자하는 여러 밈(Meme)을 만들어내며 헛웃음을 짓고 있다.
◇ "우리나라 최저시급 7년째 동결인 것 알아?"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를 가장 뜨겁게 달군 것은 이른바 '최저시급 7년째 동결' 밈이다. 한국의 최저임금을 달러로 환산하면 2018년부터 쭉 7달러 수준이라는 내용이다.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올해 최저임금이 마침내 1만원 시대를 열었지만, '고환율이라는 필터로 걸러보면 내 월급은 7년 전과 똑같다'는 자조가 터져 나오고 있다.
이 밈을 처음 만들어 올린 네티즌은 "우리나라 최저시급 7년 동안 동결인 것 아냐"며 "2018년 최저시급 7530원(7달러), 2025년 최저시급 1만30원(7달러)이다. 다들 힘내자"고 썼다. 이에 다른 네티즌들은 "어쩐지 내가 가난하다 했다", "숨만 쉬었을 뿐인데 가난해졌다", "이래서 내가 일 안 하고 집에서 쉰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네티즌들의 주장에 근거는 있다. 실제로 환율이 1100원대였던 2018년 당시 최저시급(7530원)을 달러로 환산하면 약 6.8달러였다. 올해 최저시급(1만30원)을 올해 1~11월 평균 환율 약 1418원으로 나누면 약 7.1달러에 그친다. 7년간 최저시급은 2500원 올랐지만, 달러 환산 수치로만 놓고 보면 오히려 최저시급은 떨어진 셈이다. 1470~1480원대를 오간 12월 환율까지 반영하면 달러 기준 최저임금은 더 내려갈 전망이다.
원화 실질 가치도 추락하고 있다. 올해 10월 말 기준 원화 실질 가치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한국은행과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한국의 실질실효환율(Real effective exchange rate) 지수는 올해 10월 말 기준 89.09(2020년=100)로, 한 달 전보다 1.44포인트 하락했다. 금융위기 때인 2009년 8월 말(88.88) 이후 16년 2개월 만에 최저치다. 실질실효환율은 한 나라의 화폐가 상대국 화폐보다 어느 정도의 실질 구매력을 가졌는지를 나타내는 환율이다.
◇ "그때는 망한다더니 지금은?"…또 소환된 '내로남불'
최저시급과 함께 등장한 또 다른 밈 키워드는 '계엄'이다. 현 정부·여당이 야당이던 시절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촉발된 고환율을 맹비판했던 것을 소환해 비꼬는 것이다. 보수층으로 추정되는 네티즌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환율 뉴스를 공유하며 여권을 향해 "또 계엄인가", "매일이 계엄", "그때는 망한다더니 지금은?" 등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런 비판이 나온 배경에는 윤석열 정부 말 고환율 사태에 나온 더불어민주당 인사들의 발언이 자리 잡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 시절이던 지난 2월 "환율이 폭등해 이 나라 모든 국민의 재산이 7%씩 날라가도 아무 일도 없었던 것인가"라며 "(계엄으로) 나라가 완전 망할 뻔했다. 나라가 후진국으로 전락할 뻔했다"고 했다. 이때 원·달러 환율은 1444.3원이었다. 민주당은 당대표 회의실에 환율 등 경제지표가 실시간 표출되는 '경제상황판'을 설치하기도 했었다.
야권에서도 '내로남불' 공세를 가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계엄 이후 환율이 오르자 모든 국민의 재산 7%가 날아갔다던 이 대통령은 지금, 그 이유를 무엇이라고 설명하겠냐"고 물었다. 최보윤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환율 1400원 시절 '국가 위기'를 운운하며 정부를 맹비난하던 이 대통령의 호기로운 모습은 도대체 어디로 갔냐"며 "고환율에 신음하는 국민과 기업의 고통에 대한 공감은 조금도 찾아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 '고환율 불 끄자'…총력전 나선 정부
외환시장이 좀처럼 안정을 찾지 못하자, 다급해진 정부는 다각적인 규제 완화 카드를 꺼내 들며 총력전에 나서고 있다. 19일 금요일 기준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의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는 전날보다 2.0원 내린 1476.3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18일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은 외환 수급 안정을 위한 '외환건전성 제도 탄력적 조정 방안'을 발표했다. 금융기관이 실제 필요 이상으로 외화를 쌓아두는 경향을 줄이고,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 주식을 적극적으로 사들일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는 등의 내용이다. 외화유동성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한국은행은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외환건전성 부담금을 내년 1~6월 한시적으로 면제하겠다고 발표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18일 삼성전자, SK, 현대차, LG, 롯데, 한화오션, HD현대중공업 등 7개 기업 관계자들과 만나 외환시장 불안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공유했다. 이 자리에서 김 실장은 관계자에게 "작은 이익을 보려고 하지 마시고, 본업에 충실해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환율에 강도 높은 대정부 공세를 이어오고 있는 국민의힘은 이 역시 맹비판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사실상 기업이 정당하게 누려야 할 환차익을 포기하라고 협박한 것"이라면서 경제 정책 기조 전면 전환을 촉구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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