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후라도는 올 시즌 7경기에서 모두 QS를 기록했다. 규정이닝을 채운 선발투수 중 등판한 경기에서 모두 QS를 기록한 이는 후라도가 유일하다. 삼성의 ‘에이스 픽’은 분명 성공적이다. 스포츠동아 DB
삼성 라이온즈는 지난 시즌을 마친 뒤 아리엘 후라도(29)가 키움 히어로즈의 보류선수 명단에서 제외되자마자 주저 없이 손을 내밀었다. 지난 2년 연속(2023~2024년) 20회 이상 퀄리티스타트(QS・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와 두 자릿수 승리를 기록한 꾸준함을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삼성의 안방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선발등판한 5경기에서 QS 4회 포함 3승1패, 평균자책점(ERA) 2.91로 강했던 점도 작용했다. 펜스까지 거리가 짧은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는 대표적인 타자친화적 구장이다.
삼성의 선택은 옳았다. 후라도는 올 시즌 7경기 선발등판해 모두 QS를 기록했다(1위). 규정이닝을 채운 선발투수 가운데 전 경기에서 QS를 기록한 투수는 후라도가 유일하다. ERA도 2.49로 수준급이다. 피안타율(0.230), 이닝당 출루허용(WHIP·1.06), 삼진(44개)/볼넷(9개) 비율 등의 세부지표도 흠 잡을 데가 없다. 승운이 따르지 않아 2승(3패)에 그쳤지만,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늘 마운드 위에서 제 몫을 해낸다. 처음 한국 땅을 밟았을 때는 포심패스트볼과 싱커를 주로 던지는 투수였지만, KBO리그 타자들의 성향을 빠르게 파악하고 변화구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성공했다. 지금은 커터와 커브, 체인지업의 위력도 상당하다.
소속팀을 위해 묵묵히 최선을 다하는 프로의식도 남다르다. 후라도는 키움 시절부터 젊은 투수들의 성장을 위해 조언을 아끼지 않는 등의 이타적인 마인드로도 호평을 받고 있다. 박진만 삼성 감독도 “후라도가 보여줄 수 있는 퍼포먼스는 다 보여주고 있다”고 칭찬하며 “분명히 후라도가 타선의 힘으로 승리투수가 되는 날이 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26일 대구 NC 다이노스전에 선발등판하기 전까지 직전 5경기에서 9이닝당 득점지원이 1.0점(총 5점)에 그친 것을 누구보다 안타까워했다.
26일이 모두가 바랐던 그날이었다. 이날도 후라도는 여느 때처럼 7이닝 동안 6안타 1홈런 1볼넷 8탈삼진 1실점의 호투로 팀의 9-1 승리를 이끌고 2승째를 따냈다. 3월 22일 대구 키움 히어로즈와 개막전 이후 6경기만의 승리였다. 투구내용도 좋았지만, 삼성 타선이 후라도에게 무려 9점을 지원한 것도 시사하는 고무적이었다. ‘불운의 아이콘’이라는 이미지를 조금이나마 지웠기 때문이다.
선발투수가 잘 던지고도 타선의 침묵 또는 불펜의 방화로 ‘무승 행진’이 길어지면 멘탈(정신력)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후라도가 등판한 7경기에서 삼성이 2승(5패)만 거둔 것 역시 타선의 침묵에 따른 결과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라도는 늘 침착함을 유지하며 에이스의 품격을 보여줬다. 조금 늦었지만, 동료들도 후라도의 꾸준함에 보답하며 마음의 짐을 덜었다. 삼성으로선 후라도가 꾸준히 지금의 페이스를 유지하면 초반 순위 다툼에 한층 더 탄력을 받을 수 있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