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형사기획과 조대현 형기대장은 “불법 하도급 혐의로 5개 업체를 수사 중이며, 업무상 실화 혐의로 5명이 입건됐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조사 대상은 국정자원 근무자 4명을 포함해 총 29명이다.
경찰 조사 결과, 공사는 조달청 입찰을 통해 선정된 2개 공동수급업체가 맡았지만, 실제 작업은 제3의 하도급업체가 전담했다. 원청업체 직원 일부가 ‘퇴사 후 재입사’ 형식으로 서류상만 소속을 바꿔, 외형상 합법처럼 꾸민 것으로 조사됐다. 전기공사업법은 이런 형태의 하도급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문제는 이 하도급업체가 배터리 ‘이전 설치’ 경험이 전혀 없는 업체였다는 점이다. 경찰에 따르면 “이전 공사는 충전율이 높은 배터리를 해체하고 옮겨야 해 신규 설치보다 훨씬 위험하지만, 작업자들은 이런 공정을 해본 적이 없었다”고 한다.현장에서는 기본적인 안전 절차조차 지켜지지 않았다. 경찰은 “전원을 완전히 차단하지 않고 전선을 절연 처리하지 않은 채 분리했고, 절연 기능이 없는 전동드릴로 작업했다”며 “방전이나 절연 장비를 쓰지 않은 점이 여러 명의 진술로 일관되게 확인됐다”고 밝혔다.
작업 지침을 담은 공식 매뉴얼도 없었다. 국정자원과 시공업체는 배터리 제조사인 LG에너지솔루션이나 유지관리 업체 CNS의 기술 지원을 요청해야 했지만, 예산 문제를 이유로 이를 생략했다. 경찰 관계자는 “국정자원이 제조사에 협조를 요청했으나 ‘30억 원 규모 공사비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거절당했다”며 “결국 경험이 없는 다른 업체를 불러 공사를 맡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은 전기공사업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도 추가 입건을 검토하고 있다. 조 형기대장은 “실제 공사를 주도한 업체는 원도급사가 아닌 하도급업체였다”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 결과가 다음 달 안에 나올 예정이며, 결과에 따라 책임자 입건 범위가 확대될 수 있다”고 밝혔다.이번 화재는 5층 UPS(무정전전원장치) 시스템을 지하 1층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당시 현장에는 국정자원 직원 1명과 감리 1명, 하도급 작업자 등 총 11명이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대전=김태영 기자 liv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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