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교황 '레오 14세'가 선출되자 온라인상에선 그가 추기경이던 시절 활동한 소셜미디어(SNS) 내용이 화제가 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세계관 비난하는 듯한 내용을 게재해 눈길을 끄는 중이다.
8일(현지시간) NBC 뉴스는 새 교황으로 선출된 미국의 로버트 프랜시스 프레보스트 추기경은 간헐적으로 SNS 활동을 했고, 그중 일부 게시물에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JD 밴스 부통령의 세계관을 비판하는 듯한 내용을 게재했다고 보도했다.
엑스(X·옛 트위터)에서 그의 가장 최근 활동 게시글은 지난달 중순에 메릴랜드 출신 킬마르 아브레고 가르시아의 추방을 비웃은 트럼프 대통령과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을 비난하는 한 가톨릭 평론가의 글을 공유한 글이다. 에벨리오 멘히바르 주교가 "당신의 양심은 괴롭지 않은가. 어떻게 침묵할 수 있는가"라며 호소하는 내용이 담겼다.
프레보스트는 지난 2월에도 JD 밴스를 비판한 기사 링크를 올렸다. 특히 밴스가 "기독교인은 가까운 사람을 더 먼저 사랑해야 한다"고 언급한 내용을 반박한 기사를 올리면서 "밴스는 틀렸다. 예수는 이웃을 사랑하는 데 순위를 매기라고 가르치지 않는다"는 문구를 그대로 옮겼다.
프레보스트의 X 계정에서 리포스트 된 게시물들을 보면, 그가 이민자 보호, 총기 폭력 감소, 기후 변화 대응 등을 지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2017년 10월 라스베이거스 총기 난사 다음 날 그는 민주당 상원의원 크리스 머피의 글을 공유했다. 해당 글은 동료 의원들에게 전하는 글로 "기도와 위로라는 말로 당신들의 비겁한 무대응을 덮을 순 없다.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행동하지 않으면 이 일은 계속된다"는 내용이다.
같은 해 프레보스트는 미국에 어린 시절 불법으로 입국한 이민자를 옹호하는 글인 "나는 #드리머들과 공정하고 정의롭고 도덕적인 이민 제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모든 이들과 함께합니다"를 인용해 올렸다.
그가 교황으로 선출되자마자 그의 X 계정 팔로워 수는 몇 시간 만에 20만 명 이상 늘었다.
NBC는 "프레보스트는 활발한 SNS 이용자는 아니었고, 대부분의 글은 전통적인 가톨릭 가치 중심이었다"며 "따라서 SNS 게시물만으로 그의 정치적 입장을 온전히 파악하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일부 보수 논객들은 그의 게시물 내용을 문제 삼고 있다. 극우 논객이자 트럼프의 측근인 로라 루머는 "바티칸의 또 다른 마르크스주의 꼭두각시"라며 새 교황을 강하게 비난했다.
보수 논객 찰리 커크는 "국경 개방에 대해 관대한 듯한 게시글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조지 플로이드에 관한 게시물도 썩 내키지는 않는다"면서도 "그는 생명 존중 문제에 있어 강경파로 보인다. 앞으로 지켜봐야겠지만, 국경 수호와 국가 주권에 대한 강한 옹호자가 되기를 바란다"며 보다 중립적인 반응을 보였다.
앞서 프레보스트는 2020년 조지 플로이드의 죽음을 애도하고 기도하는 글을 인용해 올렸다. 조지 플로이드는 미니애폴리스 경찰에게 살해된 인물이다. 당시 미국 내 인종 문제와 경찰 개혁 논쟁의 계기가 됐다.
8일(현지시간) 프레보스트 추기경은 제267대 교황으로 선출됐다. 미국 출신 교황은 역사상 최초다. 그는 즉위명으로 '레오 14세'를 선택했다.
박수빈 한경닷컴 기자 waterbe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