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신당은 2024년 창당 때부터 ‘젊은 정당’을 표방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지도부 대다수가 5060인 것과 달리 이준석 당 대표는 41세, 천하람 원내대표는 40세, 이주영 정책위의장은 44세다. 여의도 문법에 따르면 ‘40대 청년’들이 당을 이끌고 있는 셈이다.
핵심 지지층 역시 2030 청년이다. 이 대표는 2023년 12월 국민의힘을 탈당하면서 “대한민국에서 공정의 가치가 훼손된 것은 노력하는 사람들에게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이 있다는 신뢰가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청년들이 가장 민감하게 여기는 ‘공정’을 신당의 핵심 이념으로 삼아 기득권을 정면으로 겨냥한 것. 2024년 총선에서 이 대표는 청년 지지를 토대로 국회의원(경기 화성을)에 처음 당선됐고, 개혁신당은 원내(3석) 진입에 성공했다.
지방선거에서 개혁신당은 청년들을 위해 공천 문턱을 대폭 낮췄다. 기탁금을 받지 않았고, 온라인 후보 등록 시스템을 구축했다. 중앙당이 개발한 인공지능(AI) 사무장이 유세 동선을 짜고 공보물을 제작해 자금과 조직이 부족한 후보들의 선거운동을 지원했다.그러나 문턱을 너무 낮추다 보니 후보 검증에 실패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부산시장에 도전했다가 ‘테러 자작극’ 혐의로 구속된 정이한 씨는 38세 청년이란 점을 제외하면 당의 이념과 어긋나는 인물이었다. 미국에서 학교를 다니던 정 씨는 2006년 부산의 한 고교에 편입했지만 결석을 반복하다 중퇴했다. 담임교사는 정 씨가 결석한 날도 출석한 것으로 입력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학교법인 이사장이자 의사인 정근 온그룹 회장이 정 씨의 아버지였다. 정 회장은 수차례 총선에 도전해 공천에서 탈락하거나 낙선한 정치인이기도 하다.
경찰은 정 회장 병원 직원들이 정 씨 지지 댓글을 단 의혹, 정 씨 진단서가 온병원에서 허위로 발급된 경위 등도 전방위적으로 수사 중이다. 청년들이 가장 싫어하는 ‘아빠 찬스’로 광역단체장에 도전한 정 씨의 민낯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정 씨가 선거 보름 전 경찰 조사에서 자작극을 인정한 사실도 밝혀지면서 개혁신당은 창당 2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았다.
“청년들의 기대를 저버렸다”는 비판이 쏟아지는 가운데 개혁신당은 정 씨의 자작극을 전혀 몰랐다며 당도 피해자라고 호소한다. 이 대표는 “정이한은 국민의힘에서 보좌진으로 일했던 사람”이라고 공작 가능성을 제기하며 맞불을 놓았다. 이 대표가 역공의 전문가라고는 하지만, 그것이 청년들이 기대하는 모습일지는 모르겠다. 개혁신당 의원들은 2년 전 국립5·18민주묘지에 안장된 묘 995기의 비석을 7시간 30분 동안 닦으며 광주 시민들의 마음을 녹인 바 있다. 그때의 마음으로 돌아가 진심 어린 사과부터 하는 건 어떨까. 그렇게 고개부터 숙인 다음 공직선거 후보자 검증 시스템이 어디서 고장 났는지 점검하고, 다시는 이런 인물을 공천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게 맞불과 역공보다 먼저인 것 같다.유성열 정치부 차장 r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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