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에 대구·경북(TK)은 국민의힘에 호남 못지않은 험지다. 그래도 민주당은 당선 가능성이 없는 지역까지 꾸역꾸역 후보를 냈다. TK 기초단체장 31곳 가운데 의성·청도·성주·울진군수를 제외한 27곳에 도전했다. 부산·울산·경남(PK)은 기초단체장 39곳 중 경남 합천군수만 후보를 내지 않았고, 울산 동구청장과 부산 연제구청장은 진보당과 후보를 단일화했다. 이번 선거도 민주당은 TK에서 전멸했지만, PK에선 12명의 기초단체장과 1명의 광역단체장(전재수 부산시장 당선인)을 배출했다. 2022년 지방선거에서 TK와 PK의 광역·기초단체를 통틀어 경남 남해군수 1곳만 당선됐던 것과 비교하면 괄목할 만한 성과다.
국민의힘이 호남에서 참패만 당했던 건 아니다.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은 2014년 전남 순천-곡성, 2016년 순천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되며 호남에도 보수 깃발을 꽂을 수 있음을 입증했다. 2022년 대선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호남에서 12.75%를 득표하며 보수정당 후보로는 역대 가장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다. 당시 낙선한 이재명 대통령과의 전체 득표율 차가 0.73%포인트로 초박빙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호남의 지지가 당선의 원동력이 됐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호남에서 보여준 성과와 노력은 이게 전부였다. 윤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와 탄핵에 이은 장동혁 지도부의 보수 결집 행보는 호남에 그나마 남아 있던 지지층마저 사라지게 했다. 여당으로 참패한 2024년 총선에선 보수 진영에 만연한 ‘호남 홀대’ 기류가 단적으로 드러나는 일도 있었다. 비례대표 당선권에 배치된 호남 인사가 강선영 인요한 의원 등 2명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확산되자 부랴부랴 순번을 재조정해 조배숙 의원을 당선권에 배치한 것이다. “호남은 아무리 노력해도 절대 표를 주지 않는다”는 인식도 당내에 여전하다.대구시장 선거에서 45.05%를 얻고 낙선한 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어느 때보다 당선 가능성이 높았던 만큼 대구시민들이 원망스러울 법도 했다. 하지만 그는 “농부는 자기가 가는 밭을 탓하지 않는다”며 패배를 인정했다. 지역주의 타파를 목표로 2000년 총선에서 부산에 도전했다가 패배한 노무현 전 대통령도 “농부가 밭을 원망해서는 안 된다”며 부산시민의 선택을 존중했고, 2년 후 대통령에 당선됐다. 민주당이 영남에 꾸준히 후보를 내면서 보수의 철옹성을 깨뜨려 나가는 이면에는 이처럼 밭을 탓하기보다 꾸준히 밭을 갈아가는 태도와 노력이 있었고, 영남 유권자들은 그 점에 조금씩 마음을 열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은 이번 선거에서 호남을 아예 포기하며 공략 의지조차 보여주지 않았다. 혹시라도 밭을 탓하고 있는 거라면 그 생각부터 바꾸는 게 맞지 않느냐고 호남 유권자들은 묻고 있다.
유성열 정치부 차장 r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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