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상담은 분명 순작용이 있다. 병원이나 상담 기관을 직접 방문하지 않아도 마음이 힘들 때면 언제 어디서나 조언을 구할 수 있다. 새벽 2시 갑자기 찾아온 우울과 불안을 달래 주는 친구가 돼 준다. 이때 자신이 처한 상황과 기분을 글로 정리하는 것만으로도 증상이 잠시 호전되기도 한다. 일종의 ‘감정 쓰레기통’ 효과다. 정신건강 전문가들도 AI를 잘 활용하면 위험군을 조기에 발굴하고 치료 진입 장벽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고 본다.
문제는 AI가 사람을 대체할 수 있다고 믿을 때 발생한다. 최근 고려대 안암병원과 KAIST 공동연구팀은 대한신경정신의학회 회원 408명의 임상 경험을 분석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 결론은 “생성형 AI가 사용 맥락과 환자의 취약성에 따라 도움이 될 수도, 위험할 수도 있다. 인간 치료자의 보조 수단으로는 유용하지만 대체재로 받아들이긴 어렵다”였다.
전문가들이 가장 우려하는 건 AI의 대화 메커니즘이다. AI는 사용자의 의견이나 감정에 지나치게 동조하는 ‘아첨 성향’이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사용자의 기분을 맞춰 주는 데 최적화돼 있어 잘못된 판단이나 감정에 공감하거나 맞장구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런 공감과 지지는 당장은 위안이 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왜곡된 망상적 신념을 강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미국 등에선 AI가 평소 정신건강에 문제가 없던 이용자의 망상과 우울증을 악화시켜 자살을 유발했다는 소송도 잇따르고 있다.AI의 ‘가짜 공감’에 익숙해진 사용자들은 고립에 빠지기 쉽다. 가족과 친구 등 일상의 관계가 단절되고 독서, 운동, 명상 등 정신건강에 도움이 되는 활동도 멀리한다. 진료실에는 AI의 답변과 비교해 의사 처방을 거부하는 환자가 적지 않다고 한다.
AI도 이런 윤리적 문제를 인지하고 있을까. 제미나이에게 ‘AI의 가짜 공감이 인간에게 어떤 위험을 초래하느냐’고 물었다. 답변을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AI는 구조적으로 ‘가짜 공감’을 양산할 위험이 가장 큰 존재입니다. AI는 공감처럼 보이는 문장 구조를 계산하고 출력할 뿐입니다. 이에 익숙해지면 현실의 복잡한 인간관계를 기피하고 입맛에 맞는 AI 세계로 숨는 ‘정서적 고립’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AI 딸깍 상담’만으로는 마음속 깊은 상처를 치유할 수 없다. AI의 위로는 지친 마음을 잠시 달래 주는 ‘진통제’일 뿐이다. 완치는 진짜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가족과 친구에게 마음을 터놓고, 상담실 문을 여는 순간이 그 시작이다. 누구에게라도 “힘들다” “도와 달라”는 신호를 보내야 한다.박성민 정책사회부 차장 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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