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미국産에 34% 보복관세
가금육 기업도 검역 문제 삼아
美무역조치 WTO 제소하기도
글로벌 무역전쟁 확산일로
캐나다 美자동차에 25% 관세
佛 "기업 대미투자 중단해야"
日·대만은 트럼프 설득 안간힘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고율의 상호관세 부과안을 발표한 데 이어 각국의 보복 조치가 잇따르면서 미국과 세계 경제가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의 최대 패권 경쟁국인 중국을 비롯해 이웃 동맹 캐나다 등이 즉각 보복 조치를 밝혔다. 글로벌 금융시장은 증시를 중심으로 5년 만에 최악의 폭락장을 보이며 침체 공포를 키웠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에 34%의 추가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하자 중국 당국도 미국산 모든 수입품에 대해 34%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4일 중국중앙TV(CCTV) 등에 따르면 중국 국무원은 이날 "오는 10일 낮 12시 1분을 기점으로 미국산 수입품에 대해 34%의 (추가)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이 밖에 중국 당국은 이날 미국 기업과 광물 자원에 대한 각종 제재도 발표했다. 중국 상무부는 미국 군수 기업 16곳에 대한 이중용도 물품(군수용·민간용으로 쓸 수 있는 물품) 수출을 금지하는 제재 조치를 단행했다. 또 사마륨, 가돌리늄, 테르븀, 디스프로슘, 루테튬, 스칸듐, 이트륨 등 희토류에 대한 수출 통제 조치를 발표했다. 중국 세관당국인 해관총서는 검역 문제로 수수·가금육과 관련된 미국 기업 6곳에 수출 자격 정지 조치를 취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중국 당국은 미국의 상호관세 등 무역 조치에 대해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다고 덧붙였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3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가 부과한 25%의 자동차 관세에 대응해 미국산 자동차에 25%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당분간 프랑스 기업이 대미 투자를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엘리제궁에서 대미 수출업계 대표자들과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하면서 "(미국의 관세는) 잔인하고 근거 없는 결정"이라고 비난하며 이같이 말했다.
일본 자동차 회사 닛산은 미국 공장에 대해 감산을 추진하려던 계획을 접고 미국 내 생산체제를 당분간 유지하기로 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4일 전했다. 같은 날 라이칭더 대만 총통이 미국의 '관세 폭탄'에 대해 강한 교섭을 지시했다고 자유시보와 연합보 등 대만 언론은 보도했다. 아세안 국가들은 미국의 무역적자 축소라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목표에 협조하며 일정 수준 타협점을 찾으려 한다. 태국은 옥수수·대두 등 농산물과 함께 석유를 비롯한 미국산 에너지 수입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관세를 발표한 날을 '미국 해방의 날'이라고 선언했지만 각국 무역시장에 전운이 돌면서 시장은 초긴장 상태다. 영국 투자은행인 바클레이스는 3일 2025년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1%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인플레이션은 3.7%로 전망했다. 노무라증권은 올해 성장률이 0.6%에 그치고 근원 인플레이션이 4.7%에 이를 것으로 관측했다. UBS는 두 분기 연속 미국 GDP가 역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제시한 올해 미국 성장률(1.7%)이나 인플레이션(2.7%) 전망치와 비교하면 불과 몇 주 만에 스태그플레이션(물가 상승 속 경기 침체) 우려가 크게 부상한 것이다. 브루스 카스먼 JP모건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이날 '피를 보게 될 것'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이번 관세는 "1968년 이후 미국 가계와 기업들에 대한 가장 큰 세금 인상"이라며 "올해 세계 경제 침체 위험은 40%에서 60%로 높아졌다"고 밝혔다. JP모건은 또 다른 보고서에서 "상호관세가 올해 인플레이션을 1.5%포인트 올릴 수 있다"고 염려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가 세계에 미칠 악영향에 대해 경고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광범위한 관세 정책은 "더딘 성장 시대의 글로벌 전망에 중대한 위험"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경기가 침체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올해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횟수에 대한 전망도 기관마다 크게 엇갈렸다. UBS는 연준이 침체를 감안해 올해 0.25%포인트씩 총 네 차례 금리를 내릴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달 전망한 2회 인하로는 침체를 막을 수 없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반면 모건스탠리는 연준이 오히려 금리를 내리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인플레이션이 다시 오르기 시작하기 때문에 침체를 감안하더라도 섣불리 인하할 수 없기 때문이다.
상호관세 충격은 글로벌 금융시장을 강타했다. 미국 주식시장이 코로나19 팬데믹 확산 초기였던 2020년 이후 5년 만에 최악의 수준으로 폭락했다. 상호관세발 글로벌 무역전쟁으로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증시 투매로 이어졌다. 닛케이에 따르면 이날 하루 미국·유럽·일본 상장기업의 시가총액이 3조5000억달러(약 5000조원) 증발했다. 미국 뉴욕증시 시총 증발액이 3조1000억달러(약 4500조원)로 가장 많았다. 뉴욕증시에서 다우지수는 3.98% 하락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는 각각 4.84%, 5.97% 급락했다. 나스닥지수는 2020년 3월 이후 5년 만에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관세발 무역전쟁에 영향을 받는 기업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 미국 외 공급망에 생산 의존도가 높은 나이키와 갭이 각각 14.44%, 20.29% 폭락했다. 빅테크들도 크게 하락했다. 매그니피센트7 중 애플이 9.25%로 가장 많이 떨어졌고 아마존(-8.98%), 메타(-8.96%), 엔비디아(-7.81%), 테슬라(-5.47%), 구글(-3.92%) 등도 하락했다.
[뉴욕 윤원섭 특파원 / 서울 신윤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