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점에 판매촉진비용을 전가한 사업자를 대상으로 과징금 등 처분을 소급적용하도록 한 법률 조항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29일 재판관 8(합헌) 대 1(위헌) 의견으로 ‘대리점 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대리점법) 부칙 제2조’에 대해 합헌 결정했다. 2016년 12월 대리점법이 시행됐다. 경제상 이익 제공행위를 강요한 공급업자에 시정조치와 과징금 등 제재를 가할 수 있는 내용이 담겼다.
당초 대리점법 부칙엔 ‘이 법 시행 후 공급업자와 대리점 사이에 최초로 체결되거나 갱신한 계약부터 적용한다’고 규정됐다. 그런데 이 부칙 조항이 2017년 10월 개정됐다. ‘이 법 시행 당시 공급업자와 대리점 사이에 체결된 계약에도 적용한다’는 내용으로 부칙이 바뀌었다.
대리점 계약 기간은 1년부터 10년 이상까지 다양하다. 최초 부칙 조항에 따르면 장기 계약한 대리점은 대리점법 시행 이후에도 최장 수년간 이 법의 적용을 받지 않게 됐다. 동일한 공급업자로부터 같은 피해를 입은 대리점들 사이에서도, 갱신·신규 계약 시점이 언제인지에 따라 대리점법 적용 여부가 달라지는 형평성 문제가 제기됐다. 부칙 개정이 이뤄진 배경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19년 11월 전시매장 판매촉진행사를 실시하면서 발생한 비용을 대리점들에 부담하도록 강요한 A 가구회사에 대해 시정조치와 과징금을 부과했다. A 업체는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사건 심리를 맡은 서울고등법원은 2020년 12월 개정 부칙에 대해 직권으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재산권의 소급입법 금지 원칙에 어긋난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헌재는 해당 법률 조항에 문제가 없다고 봤다. 국민이 일반적으로 소급입법을 예상할 수 있었거나 법적 상태가 불확실하고 혼란스러워 보호할 만한 신뢰이익이 적은 경우, 소급입법에 따른 당사자의 손실이 없거나 아주 경미한 경우, 신뢰보호의 요청에 우선하는 중대한 공익사유가 있는 경우 등엔 예외적으로 소급입법이 허용되기 때문이다.
헌재는 진정소급입법을 허용할 ‘중대한 공익적 사유’가 있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개정 부칙조항을 마련한 이유는 대리점법 시행 이후 동일한 공급업자의 동일한 불공정거래 행위로 피해를 입은 대리점들이 상당수 존재함에도, 형식적 기준에 따라 대리점법 적용 여부가 달라져 형평을 크게 해치기 때문”이라며 “보호의 사각지대 놓인 대리점들을 조속히 구제할 필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헌재는 또한 “진정소급입법이 문제된 기간은 2016년 12월부터 2017년 10월까지로 약 10개월에 불과하다”며 “소급입법으로 인해 당사자에게 발생하는 재산적 손실은 경미하다”고 덧붙였다. 반면 김복형 재판관은 반대의견을 통해 “당사자가 소급입법을 예상할 수 있어서 침해되는 신뢰이익이 적은 경우라거나 소급입법에 따른 당사자의 손실이 가벼운 경우라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4 day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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