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정현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매파적 금리 인하 결정으로 한국 증시에 공포 심리가 드리웠다. 외국인 투자심리가 빠르게 냉각되면서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지수가 장중 한때 2400선이 붕괴되는 등 위기다.
코스피가 장중 2,400선이 붕괴된 20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종가가 표시돼있다.(사진=연합뉴스) |
20일 엠피닥터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일 대비 1.30%(31.78포인트) 내린 2404.15에 마감했다. 개장과 함께 약세로 출발, 장중 한때 2389.86까지 내렸으나 마감을 앞두고 2400선을 회복했다. 코스닥 지수는 이날 하루에만 2.35%(16.05포인트) 빠지면서 668.31까지 하락했다.
고환율이 지속되는 가운데 미국 연준발 통화정책 불확실성 우려가 남아 있는 가운데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 위기 고조, 미국 증시 ‘네 마녀의 날’ 등 이날 밤 미국 증시 방향에 대한 경계심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네 마녀의 날은 지수 선물과 옵션, 개별주식 선물과 옵션이 동시에 만기를 맞는 날을 일컫는 말로, 증시의 변동성이 매우 크다.
불확실성이 커지자 외국인의 엑소더스가 일어났다. 외국인은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 8225억원, 코스닥 시장에서 837억원어치 내다 팔며 한국 증시를 빠져나갔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12월 FOMC 여진 지속되며 외국인투자자 이탈, 기관의 동시 순매도가 지속됐으며 코스피 지수는 9거래일 만에 다시 2400선이 깨졌다”며 “FOMC에서 물가 불확실성이 재점화되면서 오늘밤 발표될 PCE 물가지수에 대한 경계심이 증가하는 등 불안감이 커지는 모양새”라 말했다.
시가총액 비중이 큰 대형 반도체 종목이 크게 흔들렸다. 마이크론이 내년도 가이던스를 생각보다 부진하게 제시한 여파로 16%대 폭락을 한 게 타격이 컸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도 1% 넘게 하락하며 위축된 투자심리를 반영했다. 외국인은 이날 하루동안 삼성전자(005930)를 2530억원, SK하이닉스(000660)를 1893억원어치 내다 팔았다. 영향으로 삼성전자는 약보합, SK하이닉스는 3.71% 빠지는 등 약세 흐름을 보였다.
증권가에서는 FOMC 이후 외국인 중심 수급이 흔들리면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차분한 대응을 주문하고 있다.
김지원 KB증권 연구원은 “전일보다 위험회피 심리가 강화되는 가운데 마이크론이 촉발한 반도체 급락이 이어졌고 2차전지 주도 낙폭을 키우며 지수를 압박했다”며 “주요국 통화정책 이벤트가 종료된 가운데 반등 모색할 지표와 모멘텀이 부재해 연말 랠리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당분간 불안 심리가 이어지며 환율과 금리 흐름에 연동되는 장세가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