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챗봇 클로드를 개발한 앤스로픽이 월 구독료가 최대 200달러에 달하는 고가 요금제를 선보였다. 대학 등 연구자를 대상으로 사용 한도를 늘리고 특화 기능을 제공한다는 것을 명분으로 삼았다. 오픈AI는 박사급 연구에 최적화한 한 달 2만달러짜리 멤버십 서비스 출시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I 빅테크가 천정부지로 요금을 인상하면서 ‘생성형 AI 독립’ 요구가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 앤스로픽도 구독료 인상 대열에
AI 빅테크가 잇달아 고가 요금제를 선보이는 것은 수익화와 관련해 발등에 불이 떨어져서다. 14일 미국 테크 전문 매체 디인포메이션에 따르면 오픈AI는 200달러 멤버십을 내놓은 지 두 달 만에 이 요금제만으로 월 2500만달러 수익을 거뒀다. 올해에만 최소 3억달러 수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오픈AI가 고가 요금제로 수익 창출 희망을 선보이면서 앤스로픽에 이어 다른 AI 업체도 ‘전문가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앤스로픽은 월 500달러 멤버십 출시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상황은 생성 AI 기업이 처한 딜레마를 보여준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메타 라마, 중국 딥시크 등 오픈소스 방식으로 생성 AI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쟁자의 추격이 거세지면서 보급형 시장에선 수익을 내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AI업계 관계자는 “오픈소스는 추격자가 선도자의 목덜미를 잡기 위한 가장 좋은 방식”이라며 “중국만 해도 공짜로 쓸 수 있는 딥시크가 있는데 굳이 돈을 내고 챗GPT를 사용할 이유가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픈AI만 해도 2022년 2800만달러에 불과하던 매출이 지난해 37억달러로 급증했지만 여전히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챗GPT 기본 모델 구독료와 관련해 오픈AI는 2029년까지 월 44달러로 점진적으로 올린다는 방침이다.
◇ AI발 인플레에 곱지 않는 시선
삼성, 애플 등 휴대폰 제조사도 비슷한 상황에 놓였다. 삼성전자는 무료로 제공하는 갤럭시 AI를 내년 이후 유료화하는 방안을 들여다보고 있지만 현실화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애플도 자체 AI 기능인 ‘애플 인텔리전스’를 애플 뮤직, 애플 TV+, 애플 아케이드 등 여러 서비스를 묶은 올인원 유료 구독 서비스 ‘애플 원’에 추가하는 방안 등을 추진하고 있다.
AI 사용료발 인플레이션에 각국 정부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는 것은 수익화에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국내에선 대선에 도전하는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전 국민 무료 AI’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핀란드도 오로라AI 프로젝트를 통해 AI 서비스를 공공화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런 상황을 개선하려면 가격 저항을 무너뜨릴 만큼 높은 사양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데 전력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 AI 모델의 대규모 추론은 서버 단위로 막대한 전력을 소모한다. 모델을 구동하는 데이터센터의 서버, 네트워크, 냉각, 전력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특히 다중 모달, 실시간 음성 인터페이스, 초장문 분석 등 고급 기능을 제공하려면 더 많은 인프라 투자가 필요하며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AI업계 관계자는 “구독형 생성 AI 모델 중에서 끝까지 생존할 수 있는 곳은 몇 개 안 될 것” 이라고 말했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