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 중단 '날벼락'…"우린 무슨 죄" 강남 집주인들 '발동동' [현장+]

3 weeks ago 16

10월 준공 예정 '오티에르반포' 공사 중단 장기화
멈춰선 포스코이앤씨 103개 현장…"재개 일정 불명"
"전세 만기 다가오는데"…속 타는 입주예정자들

서울 서초구 잠원동 '오티에르반포' 공사장 출입로가 방호벽으로 막혀 있다.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서울 서초구 잠원동 '오티에르반포' 공사장 출입로가 방호벽으로 막혀 있다.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지난 19일 오후 오티에르반포 공사 현장은 오가는 차량 없이 적막한 모습이었다. 공사 차량이 드나들던 도로는 방호벽으로 폐쇄됐고 근로자로 북적이던 현장은 주인을 잃은 안전모만 수북이 쌓여 있었다. 오티에르반포는 신반포21차 아파트를 재건축해 오는 10월 251가구 규모로 준공·입주할 예정이었다.

올해 준공과 입주가 예정됐던 서울 서초구 잠원동 '오티에르반포'에 빨간불이 켜졌다. 시공을 맡은 포스코이앤씨의 공사 중단이 장기화하면서 조합원들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 아파트의 공정률은 약 90%다. 개별 가구의 내부 마감 작업과 단지 내 근린시설 정도의 공사만 남은 단계지만, 포스코이앤씨의 함양~창녕 간 고속도로 10공구에서 발생한 사망 사고와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감전 사고 등으로 인해 지난달 29일부터 공사가 무기한 중단된 상태다. 현장에는 경비요원 등 극소수 현장 관리 인원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현장 관계자는 "사고 이후 공사를 멈췄고 아직 재개 일정이 잡히지 않았다"며 "향후 계획도 결정된 것이 없다. 언제 공사를 재개할지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공사 중단이 한 달 가까이 장기화하면서 조합원 사이에는 당초 예정했던 10월 입주가 늦춰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인근 개업중개사는 "사무실이 공사 현장과 가깝다 보니 종종 조합원들의 연락이 올 때가 있다"며 "이 현장에서 문제가 있던 게 아니다 보니 처음에는 안전 점검만 마치면 바로 공사를 재개할 거라 생각한 이들이 많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사이에도 사고가 또 발생하면서 이재명 대통령까지 나서는 상황이 되지 않았느냐"며 "완공을 코앞에 두고 있었는데 공사가 언제 재개될지 알 수 없게 되어 속이 탄다는 이들이 늘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공정률 90%에서 공사를 멈춘 서울 서초구 잠원동 '오티에르반포' 현장.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공정률 90%에서 공사를 멈춘 서울 서초구 잠원동 '오티에르반포' 현장.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조합원들의 근심은 깊어지고 있다. 한 조합원은 "준공 직후 새 아파트에 들어갈 수 있도록 전세 만기와 이사 계획을 세워놨는데 모두 꼬일까 걱정"이라며 "만에 하나 입주 지연이 현실화하면 주거비와 추가 이자 부담 등 실질적인 피해도 발생할 수 있지 않겠냐"고 토로했다. 또 "입주가 늦어지면 지체상금이 있다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받을 불편을 생각하면 배상을 따질 것 없이 제때 입주하고 싶다"고 말했다.

포스코이앤씨의 다른 현장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포스코이앤씨는 전국 103개 현장 공사를 모두 무기한 중단했다. 서울 강동구 '더샵센트럴시티', 서초구 '오티에르방배더원', 경기 성남 은행주공 재건축(더샵마스터뷰), 광진구 '상록타워' 리모델링 등 서울·수도권 주요 사업들이 모두 멈췄다. 이들 조합 관계자들도 일정 지연으로 인한 피해를 우려하고 있다.

향후 처벌 수위도 주요 관심사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국무회의에서 포스코이앤씨의 중대재해를 지목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며 강하게 질타하고 강도 높은 제재를 검토하도록 지시했다. 시공사가 영업정지를 받으면 사업장에는 선분양 제한 조치가 적용된다. 통상적으로 분양 시점이 늦어지면 조합의 금융 비용은 늘어나게 된다. 시공사의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금융 조달에서도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일각에서는 처벌 수위에 따라 시공사 교체에 나서는 조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당장 발생하고 있는 사업 지연은 물론 처벌에 따라 정비사업 조합들이 추가적인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더샵', '오티에르' 등 브랜드 가치 훼손이 향후 재산 가치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시공사와 분쟁을 감수하는 조합이 나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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