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으려고 약까지 먹었습니다. 지금도 교실로 찾아와 고함치던 학부모 얼굴이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광주광역시의 한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던 교사 윤수연 씨는 2022년 폭력적인 학생을 제지하다가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당했다. 그는 이후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아직도 밤잠을 설치고 환청에 시달리는 등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학교, 관공서, 우체국 등에서 민원인을 직접 상대하는 교사와 공무원들이 악성 민원에 시달리며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이에 따른 정신질환이 공무상 재해로 인정되는 등 제도적 개선도 일부 이뤄지고 있지만 여전히 일선 교사에게 책임이 전가되는 구조적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16일 더불어민주당 노동존중실천단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 공동 주최한 ‘공직자 생명을 위협하는 악성 민원 근절 토론회’에 따르면 정신질환으로 인한 공무상 재해 승인 건수는 지난해 역대 최대인 386건으로, 2년 만에 40.9% 급증했다. 한국노총 산하 교사노동조합연맹이 지난 5월 전국 교사 4068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 조사에서도 전체 응답자의 47%가 악성 민원을 겪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특히 열 건 중 한 건 이상은 학부모 민원으로 나타났다.
악성 민원과 관련해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장경주 교사노동조합연맹 정책처장은 “학교장이 악성 민원을 각 시·도교육청 통합 민원팀으로 연계하는 시스템을 마련해 교육청에서 직접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곽용희/권용훈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