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은 사람의 경험을 바꾼다[특별기고/허정도]

3 days ago 12

허정도 교보문고 대표이사 허정도 교보문고 대표이사 국립중앙박물관에는 ‘사유의 방’이 있다. 국보 반가사유상 두 점을 위해 마련된 이 공간은 어둡고 고요한 복도를 지나 은은한 빛 속의 불상과 마주하도록 설계됐다. 박물관은 작품 설명이나 진열장보다 관람객이 반가사유상 앞에서 생각에 잠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공을 들였다고 한다. 공간에서 무엇을 보여줄지만큼이나 어떻게 경험하게 할지를 고민한 결과다. 같은 작품이라도 어떤 공간에서 만나느냐에 따라 바라보는 방식도, 그 앞에 머무는 시간도 달라진다. 좋은 공간은 사람의 걸음을 늦추고 주변을 다시 둘러보게 만든다. 목적을 이루기 위해 잠시 들르는 곳이 아니라 머물고 싶은 곳이 된다. 공간의 가치는 그곳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뿐 아니라 어떤 시간을 보내고 어떤 경험을 얻을 수 있는지로도 가늠된다. 교보문고가 지향하는 공간도 마찬가지다. 서점은 책을 고르고 사는 곳이지만 그 역할이 판매에만 머물 필요는 없다. 서가를 거닐다 뜻밖의 책을 발견하고, 책장을 넘기며 낯선 생각을 만나고, 잠시 일상의 속도를 늦출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생각하지 않았던 좋은 책을 우연히 만나고 새로운 관심과 취향을 발견하는 경험 역시 서점이 줄 수 있는 특별한 가치다. 교보문고가 ‘책향’으로 책의 향기를 일상에 담고, 교보아트스페이스와 카우리테이블에서 문화와 휴식의 경험을 제안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좋은 경험은 공간을 아름답게 가꾸는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아무리 매력적인 공간이라도 이용 과정이 불편하면 그 매력은 오래가기 어렵다. 원하는 책을 쉽게 찾고, 편리하게 주문하고, 배송 상황을 확인하고, 좋은 상태의 책을 받아보기까지 고객이 거치는 모든 과정이 교보문고에 대한 인상으로 남는다. 책을 찾고 만나는 과정이 편리하고, 필요한 순간에 믿고 이용할 수 있으며, 그 과정에서 기분 좋은 경험을 얻는 것이다. 공간을 가꾸는 일과 서비스를 개선하는 일을 별개로 볼 수 없는 이유다. 그래서 교보문고는 불편을 겪은 고객에게 친절하게 대응하는 일만큼 불편이 발생하는 원인을 미리 찾아 개선하는 일을 중요하게 여긴다. 그 출발점은 고객의 목소리(VOC)다. 반복되는 불만과 개선 요청을 분석하고 그 결과를 관련 부서와 공유해 시스템과 업무 절차를 바꿔 나간다. 한 고객이 겪은 문제가 다른 고객에게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고 고객센터에 문의하지 않아도 필요한 일을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하기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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