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응태 기자] 윤석열 대통령 탄핵 사태와 미국 기준금리 인하 전망 후퇴 등 대내외 악재에 국내 증시가 신음하는 가운데 조선주는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고환율 국면에서 수혜를 받을 수 있는 대표적인 수출주인 데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시 협력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며 매수세가 확대된 것으로 분석된다.
한화오션이 건조한 장보고-III 잠수함.(사진=한화오션) |
20일 엠피닥터에 따르면 이날 한화오션(042660)은 전날 대비 3.57% 오른 3만3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HD현대중공업(329180)은 2.16% 상승한 26만500원에 마감했다.
정치적 불확실성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속도 조절 시사에 코스피가 연이틀 하락하며 2400선까지 밀렸지만 조선주는 연일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조선주의 강세를 이끈 건 외국인이다. 외국인은 이날 한화오션을 5억8600만원 순매수했다. HD현대중공업은 138억100만원 담았다.
조선주를 향한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확대되는 배경으로는 고환율이 꼽힌다. 조선주는 대표적인 수출주로 건조 대금을 달러로 받으면서 강달러 국면에서 환차익이 늘어 실적이 개선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여기에 트럼프 2기 행정부가 화석연료 사용을 촉진하는 정책을 시사하면서 액화천연가스운반선(LNGC) 발주가 늘어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오는 것도 매수 요인으로 꼽힌다. 변용진 iM증권 연구원은 “조 바이든 정부에서 중단됐던 LNG 수출 프로젝트가 재개되면서 내년부터 LNGC 발주는 카타를 제외한 과거 발주보다 좋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정부 출범 시 미 해군 상륙함정 유지 보수와 관련한 수주도 기대된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승한 SK증권 연구원은 “미 해군 상륙전 함대는 노후화에 따라 가용성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에 직면해 있으나 미국 조선업 역량 쇠퇴로 인해 유지·보수·정비(MRO)를 통한 훈련 및 작전 투입 가능 함대를 유지하기에 한계가 명확하다”며 “한국과 일본 조선소의 도움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적 개선을 바탕으로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발표한 점도 향후 주가 상승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도 제기된다. 이달 HD한국조선해양(009540), HD현대중공업, HD현대미포(010620) 등 3사는 밸류업 계획을 발표했다. 이들 회사는 별도 기준 당기순이익의 30% 이상을 주주들에게 환원하기로 했다.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는 현금배당을, HD한국조선해양은 현금 배당과 함께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