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역사상 최고 예술 천재들의 작품으로 가득한 이탈리아 로마에서 최근 한 전시가 신기록을 세웠다. 지난해 12월부터 이달 초까지 아라파키스 박물관에서 열린 ‘디트로이트 미술관전’이었다. 이 전시는 관람객 20만 명을 끌어모으며 박물관 역사상 단일 전시 최다 기록을 갈아치웠다. 빈센트 반 고흐, 파블로 피카소, 에드가르 드가, 아메데오 모딜리아니 등 근현대 거장들의 중요 작품을 한자리에서 볼 기회는 미켈란젤로와 카라바조의 도시 로마에서조차 흔치 않기 때문이다.
그 전시가 한국에 상륙한다. 28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1·2관에서 개막하는 ‘인상주의를 넘어: 디트로이트 미술관 걸작전’이다. 한국경제신문사와 미국 디트로이트 미술관이 공동 주최하는 이번 전시에서는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 고흐, 피카소, 앙리 마티스 등 서양 근현대 미술사를 새로 쓴 거장들의 작품 52점을 선보인다.
◇고흐의 붓 자국에 남은 벌레 흔적까지
명작의 진가는 직접 봐야 알 수 있다. 고흐 작품세계의 전성기에 그린 ‘오베르의 우아즈 강가’(1890)가 그렇다. 고흐가 야외에서 강변을 보며 그린 이 그림에는 두껍게 바른 물감 위로 벌레가 기어가며 남긴 자국이 미세하게 새겨져 있다. 화집과 디지털 이미지로는 결코 볼 수 없는 이 흔적을 전시장의 작품과 특별 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초기 인상주의 화풍을 한 점으로 보여주는 르누아르의 ‘안락의자에 앉은 여인’(1874), 색채의 해방을 선언한 마티스의 야수주의 작품 ‘창문’(1916) 등 국내에 처음 공개되는 명작들을 만날 수 있다. 한 점 가격이 수백억원인 모딜리아니의 유화 세 점도 함께 걸렸다. 국내 전시에 모딜리아니 유화가 여러 점 오는 일은 흔치 않다.
전시는 서양 근현대 미술사의 흐름을 그대로 따라간다. 각 거장의 양식이 분명하게 드러나는 주요 유화가 여러 점씩 왔기에 가능한 구성이다. 전시를 기획한 강수정 선임큐레이터는 “한 전시에 이만한 거장들의 작품이 한꺼번에 모이는 일은 드물다”고 말했다.
전시 앞부분인 미술관 위층은 귀스타브 쿠르베의 사실주의에서 시작해 에두아르 마네, 카미유 피사로, 알프레드 시슬리를 거쳐 르누아르와 드가에 이르고, 후기 인상주의의 폴 세잔과 고흐로 마무리된다. 아래층에서는 마티스의 주요 작품과 함께 피카소의 각 시기를 상징하는 작품 일곱 점이 차례로 이어진다. 바실리 칸딘스키, 오스카어 코코슈카, 막스 베크만 등 미술사 교과서에서 빠지지 않는 거장들의 작품이 사이사이 배치돼 있다.
◇온몸으로 느끼는 거장
거장전에 걸맞은 아름다운 전시 디자인이 눈길을 끈다. 화가별로 전시 공간 분위기가 다르다. 강 선임큐레이터는 “작품을 그저 거는 데 그치지 않고 거장의 분위기를 공간으로 구현해 관람객이 온몸으로 체험하도록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르누아르 구역은 곡선 벽으로 부드럽고 환하게, 마티스·피카소 구역은 사선 벽과 강렬한 색으로 마감했다. 1차대전 이후 표현주의 작품들이 걸린 곳은 작품의 우울한 정서를 상쇄할 수 있게 따뜻한 벽돌색으로 잡았다.
미술사를 잘 모르더라도 전시를 100% 즐길 수 있게 하는 갖가지 장치가 눈길을 끈다. 피카소 구역에는 거울 여러 개를 설치해 입체주의의 원리를 체험할 수 있게 했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과 피카소 작품을 함께 담아 ‘셀카’를 찍을 수도 있다. 서양 미술이 생소한 관람객을 위해 전시장 내 작품 설명을 자세히 쓰고 사조별 흐름을 한눈에 정리한 근대 미술 전시사 패널을 놓았다.
전시는 8월 23일까지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열린다. 휴관일은 없다. 성인 관람료는 2만3000원이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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