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준석의 실전투자]주택 경매, 임차권등기보단 확정일자 확인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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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차권 등기는 권리 보전 수단일 뿐
임차권 설정 일자로 선순위 판단 안 돼
전입신고-확정일자 반드시 확인해야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주임교수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주임교수
회사원 이모 씨는 올해 전셋값이 오르는 것을 보고 내 집 마련 계획을 세웠다. 종잣돈이 조금 부족한 터라 시세보다 저렴하게 살 수 있는 경매 물건을 찾아보던 중 6월 1일 2차 매각기일을 앞둔 경기 하남시 창우동 소재 아파트를 발견했다. 직접 가보니 동네 분위기도 마음에 들고, 주변에 학교나 병원, 편의시설도 충분해 보였다. 입찰을 결심하고 등기부를 떼어봤는데 임차권등기가 설정되어 있었다. 꼭 낙찰받고 싶은데, 낙찰 후 보증금을 떠안아야 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 생겼다. 이 아파트 권리 분석이 어떻게 되는지 궁금하다.

임차권등기는 임대차 계약이 끝난 뒤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임차인이 법원에 신청해 등기부등본상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는 제도다. 임차인으로서는 보증금을 못 받은 채로 이사 가야 하는 상황에서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유지하기 위해 설정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 임차인이 ‘나는 아직 보증금을 못 받았으니 내 권리는 살아 있다’고 공시하는 수단이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임차권등기는 설정 일자가 권리 소멸 여부 판단의 기준이 될 수 없다는 점이다. 임차권등기는 새롭게 생기는 권리가 아니라 이미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로 취득한 기존의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유지하기 위한 보전 수단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등기부만 보고 임차권 등기가 기준 권리보다 후순위라고 판단하면 선순위 임차인의 보증금을 모르고 인수하는 치명적 실수로 이어질 수 있다. 반드시 전입신고 일자를 확인한 후, 그 날짜를 기준 권리와 비교해야 한다.

이 씨가 낙찰받으려는 아파트는 소유자가 아닌 임차인이 점유하고 있다. 등기부를 보면 기준 권리인 1순위 가압류, 2순위 임차권등기, 3순위 경매개시결정(강제경매) 순으로 경매를 통해 모든 권리가 소멸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임차인의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를 살펴보면 1순위 가압류(기준 권리)보다 앞선다. 임차인은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갖췄고, 보증금 2억8000만 원에 대해서는 배당 요구를 한 상태다. 임차인이 보증금을 전액 배당받는 경우에만 임차권등기는 소멸하는 것이다.

2차 최저 입찰 금액(3억7030만 원) 이상으로 매각되면 매수인이 임차인의 보증금을 인수하는 일은 없다. 임차인이 보증금을 전액 배당받음으로써 2순위 임차권등기도 소멸하게 된다. 만약 임차인의 보증금보다 낮은 금액으로 낙찰받게 될 경우 배당받지 못한 잔여 보증금을 인수해야 할 수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경매 시 등기부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일지라도 꼼꼼히 알아보지 않으면 자칫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길 수 있다. 임차인의 보증금에 대해 인수 여부를 살펴보고 경매에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주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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