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원 고려대 총장은 14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다른 학생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있기 때문에 원칙을 지켜야 한다"며 수업에 불참하고 있는 의대생과 관련해 예정대로 유급 통보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학교는 오늘 저녁에 예정된 전체 교수회의를 통해 최종 유급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현재 고려대 의대 본과 3·4학년 120여명이 유급 대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대는 수업 일수의 3분의 1 이상 출석하지 않으면 유급 대상이 된다.
김 총장은 이날 서울 성북구 고려대 안암캠퍼스 SK미래관 최종현홀에서 "의정 갈등이 마무리 단계에 온 것 같다"면서 "정부가 의대정원을 3058명으로 환원하겠다는 결정을 해서 의대생들이 복귀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학생들이 정부에 대한 신뢰가 아직 약하다"면서 "정부에 대한 아쉬움이 큰 것 같은데 반복된 대화와 토론으로 원만한 해결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지속적으로 수업을 거부하는 의대생들에 대해서는 어떤 조치를 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는 말을 아꼈다. 김 총장은 "지금 상황이 워낙 유동적이고, 정치적으로도 굉장히 예민한 상황이라 미리 가정해서 정책을 세우지는 않았다"며 "일단 학칙대로 진행하되 추후 수업 거부가 이어지면 그때 가서 어떻게 해야 할지 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손호성 의무기획처장(고려대학교 의과대학 흉부의과학교실 교수)은 "의대 학생들 일은 의대 학장단에 일임돼 있다"며 "지난주까지도 학장단에서 원칙을 갖고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했고 유급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의대 본과생들의 대규모 유급이 현실화하더라도 편입학으로 결원을 보충하는 방안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손 처장은 의대 편입과 관련 "기초 선수과목을 배워야 실습 등 임상과목을 공부할 수 있다"며 "개인적으로 본과 편입은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했다.
손 처장에 따르면 지난해 고려의료원은 의사들의 집단행동 이후 연간 1000억원가량의 손실을 봤다. 현재 병원 가동률은 40~50%에서 85% 수준으로 회복했다.
한편 고려대는 올해로 개교 120주년을 맞아 총 6579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4개의 신규 건물 설립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김 총장은 "개교 120주년을 기점으로 고려대는 인류 난제 해결에 공헌하는 대학으로 도약하겠다"며 "2030년까지 세계 30위권 대학에 진입하는 것이 단기 목표"라고 강조했다.
김영리 기자 smart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