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잘못된 것”이라며 대국민 사과 입장을 밝혔다.
유 장관은 18일 오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린 문체부 정례브리핑에서 “혼란스럽고 어렵게 된 이런 상황에 대해 국무위원 한 사람으로서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죄한다는 말씀을 먼저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유 장관은 비상계엄 선포를 위한 국무회의에는 별도로 출석 통보를 받지 못해 불참하고, 이후 해제를 위한 국무회의에만 참석한 상황에 관해서도 설명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12·3 계엄 발령 당시 자택에 있었다는 유 장관은 “집에서 뉴스를 보다가 갑자기 발표하는 걸 보게 됐는데 처음에는 ‘가짜뉴스’라고 생각했다”며 “(사실인 것을 알고 나서는) 모든 사람이 계엄 자체에 거부감이 있는데, 대한민국이 G20이고 경제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국제적으로 굉장히 높은 위치에 있는데 그런 계엄이 발령됐다는 것은 잘못된 것으로 굉장히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계엄과 관련해 사전에 연락을 전혀 받지 못해 혹시나 해서 (휴대전화를) 다시 살펴봤는데도 연락이 온 기록이 없었다”며 “(계엄 선포 후) 집에서 대기하다가 4일 새벽 3시에 비상계엄 해제 국무회의 소집 연락이 와서 참석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유 장관은 지난 10일 정부 대변인 자격으로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발표하면서 이번 사태에 대한 유감과 사과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정부 대변인 자격으로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발표한 것이 비상계엄을 두둔한 것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이 인데 대해서도 해명했다.
유 장관은 “비상계엄 사태로 국정운영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어서 당일 아침 국무회의를 하면서 정부 입장을 국민께 호소드리는 것이 좋겠다고 논의됐다”면서 “너무나 큰 위기 상황인 만큼 정부조직법에 따라 문체부 장관이 정부 대변인 역할을 하는 게 좋지 않겠냐는 의견이 있어 발표를 맡게 된 것이지 대단한 정치적 배경을 깔고 한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수당인 야당에 상황이 힘드니 정부 운영이 될 수 있도록 도움을 바란다고 호소한 것일 뿐 그것 이상은 없다. 비상계엄을 두둔한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부조직법 36조는 문체부 장관은 국정에 대한 홍보 및 정부 발표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유 장관은 이 규정에 따라 이명박 정부 문체부 장관 시절인 지난 2008년 6월에도 정부 대변인 자격으로 광우병 촛불집회에 대한 첫 브리핑을 한 바 있다.
아울러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한국예술종합대학교(한예종)이 학교를 폐쇄하고 학생들을 귀가 조치한 것과 관련해 문체부가 관여한 것 아니냐는 논란에 관해서도 설명했다. 유 장관은 이와 관련해 지난 16일 문화예술단체 등으로부터 고발당하기도 했다.
유 장관은 “‘출입 통제를 하는 것이 좋겠다’는 정부 당직 총사령의 전파사항을 문체부 당직자가 소속기관에 연락한 것 같다”면서 “한예종뿐만 아니라 전통문화대학 등 문체부 산하 공공기관과 소속기관에 (정부 당직 시스템에 따라) 전통이 내려간 것”이라고 말했다.
문체부 당직자가 한예종에 직접 전화해 학생 귀가 조치를 지시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밤늦게까지 학교에서 작업하는 학생들이 많아서 안전을 위해 귀가 조치를 하는 것이 좋겠다고 전화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유 장관은 이번 논란을 기회로 문체부 소속기관인 한국예술종합대학교를 독립예술기관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논의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 장관은 2025년도 예산을 신속히 집행해 문화·체육·관광 분야에 대한 비상계엄 여파를 최소화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문체부는 내년 예산 7조672억원 중 70%에 해당하는 약 4조9470억원을 상반기에 집행, 국민 불안감을 해소하고 정책 공백을 메울 방침이다.
유 장관은 “예산의 신속한 집행을 통해서 문화예술, 콘텐츠, 체육, 관광 분야 현장의 불안감을 해소할 계획”이라며 “현 상황을 자세하고 면밀히 파악해서 현장에 영향을 덜 미치는 방안을 연구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