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대한전선, LS 기술 도용"…'조 단위 소송전' 번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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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전선 강원 동해 해저케이블 공장.

LS전선 강원 동해 해저케이블 공장.

국내 전선업계 1위 LS전선의 해저케이블 기술 유출 의혹을 수사해 온 경찰이 2위 대한전선과 설계업체 등을 검찰에 넘겼다. 경찰은 대한전선이 충남 당진에 케이블 생산 공장을 짓는 과정에서 LS전선의 강원 동해 공장 설계 노하우를 부정하게 입수해 활용한 것으로 판단했다. LS전선이 대한전선을 상대로 조 단위 민사소송을 검토하고 있어 업계 1·2위 간 법정 공방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경기남부경찰청 산업기술안보수사대는 28일 대한전선, 가운종합건축사무소, 설비제작업체 등 법인 3곳과 관계자 16명을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경찰이 2023년 6월께 수사에 착수한 지 약 3년 만이다.

한국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대한전선은 충남 당진 1공장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LS전선 동해 3공장의 내부 시설 배치와 설계 노하우를 도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LS전선은 동해 1~4공장을 건설할 당시 가운건축에 설계를 맡겼다. 경찰은 대한전선이 이 설계업체 등에 거액을 지급하고 LS전선 공장 도면과 설계 정보를 넘겨받아 자사 공장 건설에 활용한 정황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LS전선은 2007년 전 세계에서 4번째로 초고압 해저케이블을 개발하고, 2009년 국내 최초의 해저케이블 전용 공장을 준공했다

경찰은 2024년 하반기 네 차례에 걸쳐 압수수색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대한전선 측에서 LS전선 관련 내부 자료가 다수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압수물 규모가 방대해 포렌식 작업에도 상당한 시간이 걸린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LS전선 이름이 적힌 문서 파일을 다수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확보한 해당 파일들은 LS전선 내부 기밀 자료이며, 대한전선 측이 외장하드 등을 통해 이를 보관하거나 열람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대한전선 당진 공장이 LS전선 동해 공장을 단순 참고한 수준을 넘어 내부 구조가 상당히 유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장 내부 배치도와 주요 기계 설비뿐 아니라 전선 보관 방식, 연선 방식 등 생산 효율을 좌우하는 세부 노하우까지 유사하다는 것이다.

경찰은 단순한 건물 배치 외에 대한전선 공장에서 발견된 LS전선 고유의 생산·보관 노하우에도 주목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저케이블은 외경이 수십㎝에 이르고 1m 무게만 수십㎏에 달하는 초대형 제품이다. 수십㎞를 한 번에 생산하면 전체 중량이 수천t에 이른다.

이 때문에 글로벌 전선 기업들은 케이블을 어떻게 감고, 보관하고, 선적하느냐를 핵심 노하우로 관리한다. 케이블을 너무 좁은 곡률로 감으면 내부 도체와 절연층이 손상될 수 있고, 장력과 속도를 제대로 제어하지 못하면 케이블이 뒤틀리거나 눌릴 수 있다. 수천t에 달하는 케이블을 일정한 반경과 높이로 쌓아 올리는 방식 자체가 기업 기밀이자 생산 효율과 품질을 좌우하는 기술이라는 게 업계 설명이다.

경찰이 주목한 또 다른 대목은 전선 생산 핵심 설비인 수직연합기다. LS전선 동해 3공장의 수직연합기는 외관상 8층 건물 규모의 대형 구조물로, 내부는 약 5층 규모의 철골 구조물로 설계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대한전선 당진 공장 내부에 설치된 수직연합기가 LS전선 동해 공장의 구조와 매우 유사하다고 본 것으로 전해졌다. 구조물 단차까지 일치하는 정황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LS전선은 경찰의 사건 송치를 계기로 대한전선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할 방침을 내부적으로 세웠다. 소송 규모는 약 1조원대가 될 가능성이 있다. LS전선 관계자는 “해저케이블 기술 개발에 1조원 이상을 투입했고,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생산 기술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해저케이블은 해상풍력과 장거리 전력망 구축에 쓰이는 고부가 제품이다. 국내에선 LS전선이 강원 동해 공장을 중심으로 해저케이블 사업을 키워왔고, 대한전선도 충남 당진 공장을 앞세워 해저케이블 시장 진입을 추진해왔다. 그동안 대한전선은 “해저케이블 공장의 레이아웃은 핵심적인 기술 사항이 아니다”라며 “기술 탈취 목적으로 경쟁사의 레이아웃과 도면을 확보할 이유가 없다”고 해명해 왔다.

업계에선 이번 사건이 국내 전선업계 1·2위 기업 간 기술 유출 분쟁이라는 점에서 파장이 작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송치는 수사기관이 혐의가 있다고 보고 사건을 검찰에 넘긴 단계다. 검찰은 경찰 수사 기록을 검토한 뒤 기소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중인 사항에 대해 말해줄수 없다”고 말했다.

조철오/우연수 기자 che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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