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은 울퉁불퉁하다. 요즘 유가를 보면 실감 난다. 미국과 이란이 전쟁을 벌인 이후 국제 유가는 급등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쟁 전인 2월 26일 배럴당 65달러에서 3월 20일에는 98달러까지 올라 상승률이 51%에 달했다. 같은 기간 북해산 원유인 브렌트유 가격은 71달러에서 112달러로 58% 올랐다. 중동산 두바이유 가격은 71달러에서 159달러로 상승률이 124%를 기록했다. 전쟁 후 오르는 분위기는 똑같지만 정도는 천차만별이다. 우리나라가 들여오는 원유는 중동산이 70%가 넘는다. 원유 가격 상승으로 인한 피해가 다른 나라보다 훨씬 크다는 것을 가격이 보여준다.
한 나라 돈의 값인 환율의 움직임도 울퉁불퉁하다. 달러당 원화값은 이란 전쟁 후부터 3월 20일까지 5% 이상 하락했다. 같은 기간 엔화는 2.2%, 유로화는 3%, 대만달러는 2.4% 떨어졌다. 멕시코·브라질 등 개발도상국과 베트남·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통화가치 하락률도 한국보다 낮았다. 전 세계가 전쟁으로 몸살을 앓는 가운데 유독 우리나라와 관련한 가격이 울퉁불퉁하게 움직이는 모양새다.
한국은행은 지난 2월에 우리나라 올해 경제성장률을 1.8%에서 2%로 상향 조정했다. 반도체 경기가 살아나고 세계 경제도 완화적 통화 정책에 힘입어 성장세를 보일 것임을 근거로 들었다. 한은은 당시 연평균 유가를 브렌트유 기준으로 배럴당 64달러로 예상했다. 하지만 이 전망은 한 달도 안돼 바꿔야 할 상황이다. 올해 들어 3월까지 국제 유가 평균치는 브렌트유 기준으로 73달러, 두바이유 기준으로는 78달러다. 최근 흐름을 보면 유가는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국제 유가가 예상보다 10% 오르면 경제성장률은 0.2%포인트가량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 유가가 계속 오르면 정부가 재정에서 돈을 풀고 금리를 낮춰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것도 어려워진다. 유가 상승에 따른 충격을 돈을 풀어 해결하려면 물가 상승에 대한 기대심리를 자극해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이런 우려를 반영해 최근 미국을 비롯해 유럽·일본·영국 등은 모두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호주는 3월에 금리를 0.25%포인트 올렸다. 각국의 정책 기조가 완화가 아닌 긴축으로 선회할 가능성도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우리가 금리를 낮춰 경기를 부양하기는 어렵다. 전쟁 후 가격의 울퉁불퉁함이 보여주는 우리 경제의 취약성이 눈에 띄는 시기다.
[노영우 디지털혁신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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