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만 하고 쫓겨나는 이란 대표팀의 비극, 멕시코 머물며 '경기 때만 美행'→사령탑도 격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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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전에서 득점한 뒤 기뻐하는 이란 선수단. /AFPBBNews=뉴스1
아미르 갈레노이에 감독(왼쪽)을 비롯한 이란 대표팀 관계자들이 관중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2026 북중미 월드컵에 출전 중인 이란 축구대표팀이 미국 땅을 밟자마자 '축구만 하고 쫓겨나는' 신세로 전락했다. 미국과 전쟁 여파로 인해 경기 직후 미국 체류를 거부당한 채 멕시코 베이스캠프로 강제 복귀하는 촌극이 벌어진 탓이다.

로이터 통신 등 복수 외신이 17일(한국시간) 보도한 바에 따르면 아미르 갈레노에이(62) 이란 대표팀 감독은 지난 16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잉글우드에서 열린 뉴질랜드와의 조별리그 1차전(2-2 무승부)을 마친 직후, 팀이 미국 내에서 하룻밤도 휴식을 취하지 못하고 곧바로 합숙지인 멕시코 티후아나로 돌아가게 됐다고 폭로했다.

갈레노에이 감독은 "당초 계획은 경기를 마친 날 이곳에서 휴식을 취하고 다음 날 낮에 복귀하는 것이었으나 허가되지 않았다"며 "이유는 전혀 알 수 없다. 아마도 우리 팀은 이번 월드컵에서 가장 억압받는 팀일 것"이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이러한 비극은 지난 2월 발발한 미국과 이란 간의 전쟁 때문이다. 이란 대표팀은 외교적 안보 위협으로 인해 대회 직전 월드컵 베이스캠프를 예정된 미국 애리조나에서 국경 너머인 멕시코 티후아나로 옮겨야 했다. 이에 따라 이란은 조별리그 3경기를 치를 때마다 멕시코에 머물다 경기 직전에만 미국으로 넘어오는 가혹한 일정을 소화한다고 한다. 이란은 22일 벨기에전을 잉글우드에서 치른 뒤 27일 이집트전을 시애틀에서 갖는다.

특히 경기 전날인 15일 미국과 이란이 전쟁 종식을 위한 양해각서(MOU)에 합의해 극적인 기류 변화가 감지됐음에도 불구하고, 스포츠 현장에 적용된 엄격한 통제는 풀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란 선수단이 느끼는 피로감과 심리적 압박감은 극에 달한 상태다. 이란의 간판 공격수 메흐디 타레미(34·올림피아코스)는 "티후아나에서 미국 국경을 넘어오자마자 호텔을 거쳐 곧바로 경기장 잔디를 점검해야 했다"며 "시차와 컨디션을 조율하려면 최소 이틀은 필요한데 정말 끔찍한 상황이다. 우리는 그저 평온하게 축구만 하기를 원한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여기에 비자 제한 조치로 인해 주요 코칭스태프와 대표팀 관계자 일부가 미국 입국조차 거부당하면서 벤치 내 스태프 부족으로 인한 과부하 문제까지 겹쳤다고 한다. 갈레노에이 감독은 "이런 아수라장 속에서도 끈기를 발휘해 무승부를 거둔 선수들이 기적 같다"며 선수들을 격려했다.

한편, 로이터 통신 역시 이번 강제 복귀 및 체류 불허 조치를 내린 주체를 확인하기 위해 미국 국무부와 국제축구연맹(FIFA)에 해명을 요구했으나, 양측 모두 현재까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지구촌 최대의 축구 축제라는 월드컵 무대에서조차 정치·외교적 갈등의 희생양이 된 이란 대표팀이 멕시코와 미국을 오가는 '시한부 통근 경기'라는 최악의 조건 속에서 남은 조별리그를 어떻게 헤쳐 나갈지 자못 궁금하다.

멕시코 티후아나에서 회복훈련을 하고 이란 대표팀.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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