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이남 작가, 새 미디어아트 전시
구글 제미나이에 구상 묻고 작화도
“질문하고 고쳐주며 두달간 작업
AI가 던져준 기발한 발상에 감탄”
이 작가는 그동안 고전 회화를 디지털로 재해석하는 미디어아트를 주로 선보여 왔다. 2018년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때 선보인 디지털 병풍 ‘평화의 길목’이 대표작이다.
현실의 서울에선 당연히 금강산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신작에선 금강산 계곡으로 최첨단 열차가 지나다닌다. 서울을 가득 채운 네온사인이 계곡물처럼 금강산 사이를 흘러내린다. 이처럼 100년 뒤 서울에 금강산을 넣은 건, 현실의 풍경과 화가의 상상이 포개지는 산수화의 접근 방식을 활용했다.“100년 뒤면 도시는 정말 많이 바뀌어 있겠죠. 하지만 그런 시대일수록 인간과 자연이 더 중요합니다. 도시가 발전하더라도 그 속에서 인간성을 잃지 않고 자연과 함께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작업 과정에서 AI가 마냥 훌륭한 도구였던 건 아니다. 산을 원하는 자리에 넣으려 해도 엉뚱한 위치에 나타났다. 없애고 싶은 물체가 다음 영상에서 등장하기도 했다. 이번 작업은 짧게 생성된 영상들을 이어 붙여야 해, 기간이 2개월가량 적지 않은 시간이 들었다.
그러나 AI를 활용하며 가장 만족한 대목은 ‘의외성’이다. 작가가 생각하지 못한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공동 창작자로서 의미가 있었다. 이 작가는 “산수에 어떻게 단청을 접목할지 고민하다가 제미나이에 일단 입력하자, 단청 무늬를 입은 길과 터널이 산 사이를 파고든 장면을 만들어 냈다”며 “내가 생각하지 못한 지점을 AI가 자연스럽게 구현했다는 게 가장 마음에 든다”고 했다. 이 작가는 작품을 구상할 때도 AI를 활용했다. 제미나이에게 정선의 작품과 생애를 바탕으로 답해 달라고 요청한 뒤, 마치 정선과 대화하듯 작업 방향을 상의했다. 이 작가는 “물론 내가 원하는 방향과 다르면 AI에게 ‘다른 방향으로 조언해 달라’고 이끌었다”며 “인간이 주체가 돼 받아들일 건 받아들이고, 버릴 건 버려야 한다”고 했다.“앞으로는 관객의 마음과 감정, 표정을 AI가 읽어 실시간으로 산수를 만드는 작업을 해보고 싶습니다. 사람마다 자기만의 산수를 만드는 거죠.”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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