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지리산도 뚫렸다…천왕봉 바로 아랫마을 대피령

3 days ago 4

남서풍 탄 불길, 울진 넘어 강원 지역까지 북상 가능성

경남 산청·하동 산불 엿새째인 26일 산청군 시천면 동당리 일대에서 산불 진화 인력이 방어선 구축에 온 힘을 다하고 있다. 2025.3.26/뉴스1

경남 산청·하동 산불 엿새째인 26일 산청군 시천면 동당리 일대에서 산불 진화 인력이 방어선 구축에 온 힘을 다하고 있다. 2025.3.26/뉴스1
영남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산불이 ‘1호 국립공원’인 경남 산청군 지리산국립공원과 경북 청송군 주왕산 국립공원으로 확산됐다. 경북에서는 안동·청송·영양·봉화·영덕 등 5개 시군을 휩쓴 불길이 포항과 울진을 넘어 강원 지역까지 위협하고 있다. 산불영향구역은 하루 만에 2841ha가 늘어난 1만7534ha(26일 오전 9시 기준)가 됐다. 소방당국 등이 방어선을 구축하고 있지만 비가 오지 않은 상황에서 강풍까지 겹치며 진화는 난항을 겪고 있다.

●강풍 탄 ‘괴물 산불’… 국립공원도 뚫려

26일 산림당국 등에 따르면 엿새째 이어진 산청 산불은 이날 정오 무렵 지리산국립공원 경계를 넘어 200m 안쪽까지 번졌다. 천왕봉(1915m)에서 불과 8.5km 떨어진 지점이다. 일대 초목들이 불타오르자, 산청군은 지리산국립공원 인근인 산청군 시천면 중산리 주민 100여 명과 등산객에게 대피령을 내렸다.

경남 산청·하동 산불 엿새째인 26일 산청군 시천면 구곡산 인근 지리산 경게 200m 지점에서 지리산국립공원 경남사무소 직원들이 산불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2025.3.26/뉴스1

경남 산청·하동 산불 엿새째인 26일 산청군 시천면 구곡산 인근 지리산 경게 200m 지점에서 지리산국립공원 경남사무소 직원들이 산불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2025.3.26/뉴스1
중산리는 등산객들이 천왕봉 등산을 시작하는 곳으로., 천왕봉이 가장 가까운 마을이다. 산불 현장통합지휘본부 관계자는 “낙엽층이 두껍고 많아 진화 효율이 떨어지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1967년 국내 첫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지리산국립공원은 국내 국립공원 중 가장 큰 넓이를 자랑한다. 반달가슴곰, 산양을 비롯한 여러 멸종위기종이 서식하는 생태의 보고다.
경남 의성에서 시작돼 청송군으로 번진 불은 주왕산국립공원으로 옮겨붙었다. 기암괴석과 절벽, 협곡으로 유명한 주왕산국립공원은 지질학적으로 매우 가치가 높은 곳이다. 불이 능선을 타고 확대되면서 군은 이날 오후 4시쯤 주왕산면 주민들에게 대피하라는 긴급재난문자를 보냈다.

●경북 일부 고속도로 통행 제한, 영덕서는 정전

의성 산불은 안동과 청송을 넘어 영덕, 영양 등 경북 5개 시·군으로 번진 상황이다. 불길은 경북 울진 경계선까지 올라갔다. 산림 당국이 방어선을 집중적으로 구축하고, 진화에 나섰지만 수 ㎞를 훌쩍 넘게 날아가는 불씨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산림청 관계자는 “불씨를 옮겨 새로운 산불을 만드는 비화(飛火) 현상을 막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산불영향구역은 이날 오전 9시 기준 1만7534ha(헥타르)에 이르렀다. 하루 새 늘어난 피해 지역만 축구장 4000개 넓이에 달한다(2841ha). 산불 여파로 전날 밤 영덕군 전 지역에 정전이 발생했고, 경북 시군에서 총 2만7000명이 대피했다.

산불이 경북 전 지역으로 확산하면서 경북 일대 일부 고속도로 통행이 제한되고, ‘해안도로’로 유명한 동해안 7번 국도가 극심한 교통 정체를 빚기도 했다.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기준 서산영덕고속도로 동상주 나들목∼영덕 나들목 구간 양방향과 중앙고속도로 의성 나들목∼예천 나들목 구간 양방향 통행이 전면 차단됐다. ● 강풍 타고 퍼지는 불씨, 강원 북상 우려

경남 산청 대형 산불 닷새째인 25일 지리산과 인접한 산청군 시천면 구곡산 일대에 산불이 번져 주민들이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산불을 지켜보고 있다. 2025.3.25/뉴스1

경남 산청 대형 산불 닷새째인 25일 지리산과 인접한 산청군 시천면 구곡산 일대에 산불이 번져 주민들이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산불을 지켜보고 있다. 2025.3.25/뉴스1
산불이 강풍을 타고 빠르게 퍼져나가면서, 경남·경북을 넘어 강원 일대로 불길이 번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현재 남서풍이 불고 있는 가운데, 불길이 동해안을 따라 경남 울진군을 넘어 강원 삼척 지역으로 북상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소방당국은 “각 지역에 방어선을 구축하고 화재 진압에 나섰지만, 강한 돌풍이 쉴새 없이 불며 화력을 키우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불길 확산에 따른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전력 시설과 가스 시설 등의 가동을 일부 중단했다.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영남권에서는 산불의 여파로 16개 송전선로가 정지됐고, 이중 4개 송전선로를 제외한 12개 송전선로가 여전히 가동 중단 상태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26일 대국민담화를 내고 “최악의 산불에 맞서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인력과 장비로 맞서고 있지만 상황은 심상치 않다”며 “가용 인력, 장비를 총동원해 산불 확산의 고리를 단절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헬기 128대와 군 인력 1144명, 소방인력 3135명, 진화대 1186명 등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임유나 기자 imyou@donga.com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