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퍼런스 체크(평판 조회)를 하더라도 사실 저희 같이 작은 회사에선 한계가 있어요. 입사하면 오래 일할 수 있는 직원을 찾고 있어서 아무래도 진솔한 속내를 보려고 카페에서 편하게 한 시간 정도 대화를 나누거나 술자리에서 긴장을 풀고 대화하기도 합니다."
직원 50여명이 소속된 한 지방 제조업체 대표는 채용 과정에서 종종 술자리를 통해 면접을 대신한다면서 이 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큰 회사처럼 인사팀을 두고 체계적으로 채용을 진행하기 어려워 인성이나 성실함 같은 됨됨이만이라도 확실하게 보고 뽑고 싶어서 길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방법을 찾은 것"이라고 귀띔했다.
술자리 면접, 진솔한 대화 좋지만…자칫 분란도
술자리 면접은 비단 이 회사만의 사례가 아니다. 인맥을 통해 알음알음 채용하는 관행이 강한 업종일수록 정식 채용전형과는 별개로 술자리에서 '진짜 면접'이 이뤄지곤 한다.
한 국내 대형 증권사 직원은 "실적과 성과에 따라 즉각 평가가 이뤄지는 바닥이어서 워낙 이직이 잦다 보니 업계 지인을 통해 검증된 경력직을 뽑으려는 경우다 많다"면서 "경력직을 추천받아 뽑을 땐 대부분 정식 절차보다 카페나 술자리로 불러내 대화를 나누고 '괜찮은 것 같다'라는 평이 나오면 채용이 잠정 확정되는 식"이라고 털어놨다.
하지만 '술이 웬수'라는 말처럼 사고도 따른다. 더본코리아 사례가 대표적이다. 더본코리아 소속 부장은 충남 예산상설시장 점주를 모집하는 과정에서 지원자를 술자리로 불러내 '2차 면접'을 진행해 논란이 됐다. 그는 이 자리에서 사적인 질문을 하다가 급기야 "남자친구 있으면 안 되는데"라는 등의 선 넘는 발언도 했다.
더본코리아는 이 사안을 엄중하게 보고 있다며 해당 직원을 업무에서 배제했다고 밝혔다.
'백종원 회사'는 조사받는데…이색 채용 화제되기도
이 사안은 결국 고용노동부 판단을 받게 됐다. 더본코리아 술자리 면접 과정에서 채용절차법상 채용 강요,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 의혹이 있다는 민원이 접수된 데 따른 것이다.
고용노동부 천안지청은 지난 11일 채용절차법 위반을 조사할 담당자 1명과 직장 내 괴롭힘 여부를 들여다볼 근로감독관 1명을 각각 배치했다. 해당 민원은 처리기한이 30일로 이르면 이 기간 안에 조사 결과가 나오지만 추가로 확인해야 할 사항이 있을 땐 미뤄질 수도 있다.
반면 음주를 곁들인 면접을 진행해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 '이색 채용'으로 화제가 되는 곳도 있다. 한 주류 회사는 음주면접으로 주도에 관한 이해도를 파악하고 인성을 점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술자리 면접, 장단점 뚜렷…사적 질문은 '금물'
술자리 면접은 결국 기업이 얼마나 체계적이고 철저하게 관리하는지에 따라 평가가 엇갈릴 수 있다.
기업 채용 문제를 전문으로 맡는 이지민 교육의봄 정책연구팀 연구원은 "더본코리아 사례처럼 부정적 상황이 아니라면 편한 분위기에서 지원자의 진솔한 모습을 볼 수 있는 방식일 수 있다"면서도 "음주를 하지 않거나 술자리 분위기를 좋아하지 않을 수 있고, 술자리를 즐기는 지원자를 편애할 수도 있어서 장단점이 확실히 갈리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물론 술자리 면접 자체가 위법은 아니다. 단 채용절차법에 따라 구인자는 구직자에게 업무수행에 필요하지 않은 자료를 요구할 수 없다. 여기엔 용모, 키, 체중 등 신체적 조건이나 출신 지역과 혼인 여부, 재산 등이 포함된다. 가족 학력과 직업, 재산도 마찬가지다.
면접 과정에서 음주를 강요하거나 사적인 질문을 던지는 행위가 반복적으로 이뤄질 경우 채용절차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
모든 채용전형 '직무연관성·지원자 보호' 최우선
종전에 없던 새로운 전형을 추가하거나 '이색 전형'을 신설할 경우 업무 관련성과 채용 기준만큼은 명확하게 수립해 이를 인사 담당자들에게 각인시킬 수 있어야 한다.
이 연구원은 "1차 서류전형, 2차 면접과 같이 채용 과정이 정형화돼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통상적 채용 과정을 탈피하려고 시도하더라도 왜 이 전형을 만들었는지, 지원자들을 어떤 기준으로 보려고 했는지를 명확하게 인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법적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면 '직무 연관성'과 '지원자 권리 보호'를 중점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정동일 법률사무소 해방 대표변호사는 "기업이 새로운 채용 방식을 도입하더라도 면접은 직무연관성과 지원자의 권리 보호가 최우선으로 고려돼야 한다"며 "음주를 강요하거나 직무와 연관 없는 사적 질문, 물리적 접촉을 할 경우 채용절차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고 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