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니스트=김병철 한국퇴직연금개발원 대표] 편의점에서 3년째 일하는 김 씨는 최근 우연히 동료의 퇴직연금 이야기를 듣고서야 자신에게는 그런 통장이 아예 없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사장님에게 물어보니 대답은 간단했습니다. “김 씨는 주 15시간 미만으로 일하니까, 퇴직급여 대상이 아니에요.” 김 씨는 억울했지만, 법의 문턱은 그렇게 그어져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다섯 개 장에 걸쳐 우리는 이미 퇴직연금 제도 안에 들어와 있는 사람들의 돈이 어떻게 새고 있는지를 살펴봤습니다. 그런데 김 씨처럼, 애초에 이 게임의 명단에 이름조차 올리지 못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64%라는 숫자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은 계속근로기간 1년 미만이거나 주 소정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인 근로자를 아예 퇴직급여제도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습니다. 법이 그어놓은 선 밖에 서 있는 이들은 비단 이들뿐만이 아닙니다. 자영업자, 플랫폼 노동자, 그리고 법적 의무 가입 대상임에도 가입하지 않은 영세사업장 근로자까지 더하면 사각지대는 훨씬 넓어집니다. 이 모두를 합친 사각지대의 규모가 전체 취업자의 약 64%에 이른다는 추산도 있지만, 정확한 산출 근거와 세부 구성까지 검증된 숫자는 아닙니다. 다만 어떤 숫자를 기준으로 삼든, 취업자의 상당수가 법적으로나 현실적으로 퇴직급여 자격 자체를 얻지 못하는 구조라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계속 이야기해 온 “500조 원이 잠자고 있다”는 진단은, 사실 이미 그 500조 원 안에 이름을 올린 선택받은 사람들만을 대상으로 한 이야기였던 셈입니다. 이것은 퇴직연금의 문제가 아니라, 퇴직급여의 문제입니다 여기서 한 가지를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지금까지 다룬 문제들 — 안전 편향, 선택의 감옥, 낮은 수익률, 조각나는 계좌, 마르는 배낭, 그리고 다음 장에서 다룰 수탁자 책임의 부재 — 는 전부 ‘이미 들어온 돈을 어떻게 굴리고, 지키고, 나눠줄 것인가’라는 거버넌스의 문제였습니다. 그런데 사각지대는 다릅니다. 이 돈이 DC로 굴러가든 DB로 굴러가든, 계약형이든 기금형이든 상관없이, 애초에 “이 사람에게 퇴직급여를 줄 것인가 말 것인가”를 가르는 자격의 문제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이것은 ‘퇴직연금’의 결함이 아니라, 그보다 앞서 있는 ‘퇴직급여’ 제도 자체의 결함입니다. 그렇다고 노후 소득을 보장하는 국가의 몫인 기초연금의 문제냐 하면, 그것도 아닙니다. 기초연금은 재원도 대상도 전혀 다른 별도의 안전망입니다....
게임에 초대받지 못한 사람들[김병철의 퇴직연금 개혁 시나리오]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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