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사건 이첩 및 보완 수사를 두고 ‘핑퐁’을 벌이다 감사원 고위 간부의 13억원대 뇌물수수 혐의를 입증하지 못하고 사건을 덮었다. 오는 10월 중대범죄수사청 출범과 검찰청 폐지를 앞두고 수사기관 간 권한 충돌로 인한 범죄 대응 공백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형사5부(부장검사 정재신)는 22일 브리핑을 통해 감사원 부이사관(3급) A씨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및 횡령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A씨는 피감기관 발주 공사를 수주한 건설업체 다섯 곳을 압박해 자신이 차명 운영하는 전기공사업체에 15억8000만원 상당의 하도급을 주도록 강제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이 중 증거가 확보된 2억9000만원(3건)만 재판에 넘기고, 나머지 12억9000만원(16건)에 대해서는 증거 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했다.
검찰은 브리핑에서 보완 수사의 법령상 사각지대로 거액의 뇌물 혐의가 무혐의 처분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2021년 감사원 의뢰로 수사에 나선 공수처는 A씨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2023년 11월 법원은 “공사 개입 증거가 불충분하고 뇌물 액수 산정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등의 사유로 기각했다. 이후 공수처는 법원이 명확하게 지적한 사안의 보완 수사를 하지 않고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검찰은 직접 보완 수사를 하기 위해 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법령상 근거가 없다”며 기각했다. 검찰의 보완·자체 수사 역량이 모두 차단된 상태에서 2년4개월이 흘렀고, 일부 혐의 공소시효가 임박하자 검찰은 제한된 증거만으로 종국 처분을 내렸다.
검찰 관계자는 “검사에게 보완수사 요구권이 제도적으로 뒷받침되지 않고 자체 보완 수사도 불가능할 때 발생하는 부작용의 전형”이라고 말했다.
정희원 기자 tophee@hankyung.com

3 week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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