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가 구글의 웹 브라우저 ‘크롬’을 인수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구글의 크롬 강제 매각이 현실화됐을 때라는 전제가 깔렸지만, 현지 테크업계에선 오픈AI가 구글이 장악하고 있는 검색 시장을 장악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는 분석이 나왔다.
22일(현지시간) 닉 털리 오픈AI 챗GPT 총괄은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구글 온라인 검색 시장 반독점 재판에 법무부 측 증인으로 참석해 “크롬 브라우저를 인수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며 “우리는 물론 많은 기업이 인수에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답했다. 앞서 법원은 지난해 8월 구글이 온라인 검색 시장을 불법적으로 독점하고 있다고 판결했고, 법무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구글이 크롬을 강제 매각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한 상태다. 이날 재판은 구글이 항소하며 열린 반독점 재판 2차전이다.
오픈AI는 크롬과 챗GPT를 통합했을 때의 시너지를 재차 강조했다. 털리 총괄은 “챗GPT를 크롬에 탑재할 수 있다면 엄청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며 “인공지능(AI) 중심의 검색 경험이 어떤 건지 사용자들이 직접 체험하게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아이폰과 달리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 챗GPT를 탑재하지 못하는 이유로는 구글의 ‘물량 공세’를 들었다. 그는 “현재 오픈AI가 가장 큰 어려움을 겪는 부분 중 하나가 배포”라며 “오픈AI가 삼성과의 협상에서 큰 진전을 이루지 못한 이유는 구글이 스타트업보다 훨씬 많은 자금을 투입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날 발언엔 검색 시장을 장악하려는 오픈AI의 야심이 드러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오픈AI는 구글과의 경쟁을 위해 자체 웹 브라우저 개발을 검토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엔 크롬 개발에 참여했던 구글 출신 개발자들을 채용하기도 했다. 오픈AI는 지난해 10월 ‘챗GPT 서치’로 구글이 글로벌 시장 점유율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검색 엔진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테크업계에서는 영리법인으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오픈AI가 웹 브라우저를 통한 검색 기반 광고 매출을 노린다고 분석하고 있다. 구글은 지난해 검색 부문에서 전체 매출의 56.6%에 달하는 3500억달러의 매출을 냈다. 해당 부문 매출은 대부분 검색 기반 광고에서 나온다.
실리콘밸리=송영찬 특파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