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 첫 '농지 전수조사'…진짜 농민 위한 농정대전환 토대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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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5월 18일부터 대대적인 전국 농지 전수조사를 시작했다. 건국 이후 78년만에 처음이다. 올해부터 내년까지 진행할 농지 전수조사는 전산화된 공적장부와 인공위성 사진, 항공촬영 사진, 인공지능(AI) 분석, 현장 실사 등을 총동원해 실제 경작 여부와 불법 전용 여부를 철저히 확인하는 작업이다. 전국 농지의 디지털 정보화를 이루고 농지 투기를 근절해 청년농과 ‘진짜 농부’들이 중심이 되는 농정 시스템을 구축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제미나이

정부가 5월 18일부터 대대적인 전국 농지 전수조사를 시작했다. 건국 이후 78년만에 처음이다. 올해부터 내년까지 진행할 농지 전수조사는 전산화된 공적장부와 인공위성 사진, 항공촬영 사진, 인공지능(AI) 분석, 현장 실사 등을 총동원해 실제 경작 여부와 불법 전용 여부를 철저히 확인하는 작업이다. 전국 농지의 디지털 정보화를 이루고 농지 투기를 근절해 청년농과 ‘진짜 농부’들이 중심이 되는 농정 시스템을 구축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제미나이

“국가는 농지에 관하여 경자유전의 원칙이 달성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하며, 농지의 소작 제도는 금지된다.”

대한민국 헌법 제121조 제1항은 ‘경자유전(耕者有田)의 원칙’을 명시하고 있다. 농지는 인간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식량을 생산하는 유한한 자원이다. 그렇기에 농지가 생산 수단이 아닌 재산 증식이나 투기의 수단으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고 우리나라 최고 규범은 명령하고 있다. 또한, 농지법은 “농지는 농업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소유·이용돼야 하며 투기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예외적으로 농지를 상속받거나 8년 이상 농업 경영을 하다가 농사를 짓지 않는 경우, 주말·체험 영농 목적인 경우 등에 한해 제한적으로 농지 소유가 인정되고 있다.

그러나 오랜 세월 동안 이 경자유전의 원칙은 각종 예외 조항과 행정망의 틈을 타 일부 약화되는 부작용을 낳았다. 이에 정부는 농지 관리 체계를 근본적으로 바로잡기 위해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월 24일 국무회의에서 “우리나라 농지 관리가 너무 엉망이다. 투기 대상이 돼버렸다”며 농지 관리의 문제를 지적했다. 이어 “농사를 짓겠다고 땅을 사놓고 농사를 안 지으면 매각 명령 대상이다. 대규모 조사를 통해서라도 농지 관리 현실을 바로잡고 법적 조치를 취하는 방안을 보고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정부는 매년 전체 필지의 10~15% 수준의 표본 조사를 통해 위반 사례를 적발해 왔으나, 이번에는 데이터베이스(DB)화된 농지대장을 바탕으로 전국의 모든 농지 이용 실태를 전수 검증하기로 뜻을 모았다. 정부와 여당은 지난 4월 1일 당정협의회를 통해 ‘농지 전수조사 추진방안’을 긴밀히 논의했으며, 한 달 뒤인 5월 6일 국무회의를 통해 ‘농지 전수조사 실시계획’을 최종 확정했다. 이어 5월 7일에는 농사를 짓지 않는 농지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처분 명령을 의무화하고, 불법 임대차를 신고포상금 지급 대상에 추가한 농지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행정조사를 위한 제도적 기반이 완성됐다.

건국 첫 '농지 전수조사'…진짜 농민 위한 농정대전환 토대 만든다

정부는 마침내 지난 5월 18일, 전국 농지 전수조사에 전격 착수했다. 대한민국 건국 이후 78년 만에 처음 있는 대규모 전수조사다. 과거 이승만 정부 당시 농지개혁을 위한 실태조사가 시행된 적은 있으나, 당시는 농지 분배를 목적으로 ‘지주-소작’ 관계를 파악하는 기초 조사 성격에 그쳤다.

이번 조사는 우리나라 전체 농지를 대상으로 전산화된 공적장부와 항공촬영 사진, 인공지능(AI) 분석 및 드론 기술, 그리고 정밀 현장 실사 등을 총동원해 실제 경작 여부와 불법 전용 여부를 철저히 확인하는 작업이다. 첨단 기술을 결합해 전국 농지의 디지털 정보화를 이루고 농지 투기를 근절함으로써, 청년농과 ‘진짜 농부’들이 중심이 되는 농정 시스템을 구축하는 ‘농정 대전환’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경지면적 20년간 감소

건국 첫 '농지 전수조사'…진짜 농민 위한 농정대전환 토대 만든다

그동안의 농지 투기와 불법 행위는 농지가격을 과도하게 끌어올려, 결과적으로 농촌의 미래를 책임질 청년농과 귀농인들의 농지 접근을 어렵게 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5년 기준 국내 경지면적은 150만 헥타르(ha)로 국토 면적의 15% 수준까지 내려앉았다. 지난 20년간(2005~2025년) 경지면적이 무려 32.4만 ha나 감소하며 식량 안보 기지가 지속적으로 축소되어 온 것이다. 그럼에도 그간 지방정부의 농지 담당 인력은 평균 0.5명 수준에 불과해 적절한 행정 처분을 내리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이에 정부는 남한 국토 면적의 20%에 달하는 총 195만 4,000ha의 농지를 정밀 해부하기 위해 2개년 단계별 실행 계획을 수립했다. 신속성과 정확성을 확보하고자 추경 예산을 편성, 기존 82.5억 원이던 농지이용실태조사 예산을 588억 원 증액한 총 670억 원의 국비를 확보했다. 이에 발맞춰 지방정부와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을 중심으로 약 5,000명의 대규모 조사원까지 신규 채용할 예정이다.

2년간 실시될 농지 전수조사는 총 2단계로 진행된다. 올해 12월까지 진행되는 1단계 조사는 1996년 농지법 시행 이후 취득한 농지 115만 ha를 대상으로 한다. 5월부터 7월까지의 기본조사 기간에는 행정정보 대조와 항공사진 및 AI 영상 분석 기법을 동원할 예정이다.

건국 첫 '농지 전수조사'…진짜 농민 위한 농정대전환 토대 만든다

이어서 8월부터 12월까지 진행되는 심층조사에는 전담 인력이 현장에 직접 투입된다. 1차 선별 농지와 더불어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농지, 수도권 전 지역 농지, 경매 취득 농지, 농업법인·외국인 소유 농지 등 투기 위험도가 높은 ‘10대 심층 조사군’을 대상으로 고강도 현장 점검이 이뤄질 예정이다. 적발된 위반 농지에 대해서는 처분의무 부과, 매각 명령, 원상회복 조치 등 엄격한 행정처분이 내려지며, 조사 결과는 오는 12월 농지대장에 직권 반영된다. 내년에 이어질 2단계 조사는 1996년 농지법 제정 이전에 취득한 노후 농지 약 80만 ha를 대상으로 진행되며, 정부는 이를 통해 전국의 농지 정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농지정보시스템’을 완성할 계획이다.

◇“선의의 피해 없도록”…7월말까지 정비기간

건국 첫 '농지 전수조사'…진짜 농민 위한 농정대전환 토대 만든다

정부는 이번 전수조사가 단순한 ‘처벌 중심 행정’이 아니라 농지 고령화와 불법 관행을 바로잡고 식량 안보를 확보하는 데 본질적인 목적이 있다고 강조한다. 특히 현장의 제도를 잘 알지 못해 발생하는 위반 사항을 예방하고, 지주의 조사 회피 등으로 인해 선의의 임차농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촘촘한 보완 대책을 함께 가동한다.

우선 정부는 5월 18일부터 7월 31일까지를 ‘농지 사전 특별 정비기간’으로 지정해 운영한다. 개인 간 임대차가 원칙적으로 금지되지만 법적 예외에 해당할 경우 시·구·읍·면에 신고하도록 안내하고, 미신고 시 과태료(최대 300만 원) 부과 대상임을 알려 제도권 유입을 도울 방지책이다. 특히, 한국농어촌공사를 통해 농지은행 임대수탁 제도를 이용할 경우 도시민 소유자라도 농지은행 방문없이 PC·휴대폰 등 간소화 절차를 통해 임대차 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 농지은행 임대수탁을 통해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였을 경우 농지 처분의무가 면제되고, 8년이상 위탁 시 양도소득세 중과세 면제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임대차 관계의 일방적인 종료로 인해 강제 퇴거 위기에 놓인 임차농을 보호하기 위한 구체적인 구제책도 마련됐다. 정부는 오는 6월 1일부터 한국농어촌공사에 ‘임차농 보호 신고센터(온라인 및 오프라인)’를 개설할 예정이다. 여기서 접수된 신고 건은 8월부터 시작되는 심층조사 대상에 즉시 반영되어 지방정부의 면밀한 조사를 받게 된다.

아울러 일방적 계약 해지로 농지를 잃은 임차인에게는 농지은행에 임대수탁된 농지를 최우선으로 공급(2027년까지 한시 운영)한다. 임차인이 영농사실 확인서 등으로 임대차 관계를 입증하면, 농지은행이 매년 확보하는 신규 임대수탁 농지 중에서 인근의 대체 농지를 최우선으로 배정받을 수 있다. 또한, 한국농어촌공사는 농지 소유자가 안정적으로 농지를 매각할 수 있도록 ‘공공임대용 농지매입사업’을 확대 추진하고 있다. ‘공공임대용 농지매입사업’은 고령 농업인이나 상속 등으로 농지를 보유한 비농업인의 농지를 매입한 뒤, 청년농 등 실수요자에게 임대하는 사업이다. 올해 ‘공공임대용 농지매입사업’ 예산은 1조 6138억 원으로, 전년 대비 약 68% 증가한 규모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1·2단계 조사를 통해 완성될 전국 농지 종합 DB는 청년 창업농 지원, 영농 규모화 및 스마트 농업 단지 지정 등 대한민국 미래 농정의 핵심 뼈대로 활용될 예정”이라며 “이번 조사를 계기로 가짜 농부들의 투기 수요를 완전히 걷어내 지가를 안정시키는 한편, 철저한 임차농 보호 방안을 병행하여 열정과 기술을 가진 청년 농업인들이 안심하고 든든하게 농토를 다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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