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 250돌에 불꽃 85만발-해군 사열식… 美가치보다 ‘트럼프 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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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美 건국 250주년]
워싱턴서 기네스북 오를 불꽃놀이
130여개국 함선-항공기 뉴욕 집결
트럼프는 루스벨트 도서관 찾아가 위대한 대통령 이미지 활용 나서

‘아메리카(America) 250.’

1일(현지 시간) 미국 수도 워싱턴의 관문 덜레스 국제공항 입국장. 건국 250주년을 알리는 대형 현수막이 성조기와 함께 걸려 있었다. 4일 250번째 독립기념일을 앞두고 워싱턴과 뉴욕 등 주요 도시는 역대급 규모의 불꽃놀이를 포함한 다양한 행사 준비에 돌입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북서부 노스다코타주 메도라의 시어도어 루스벨트 전 대통령(1901∼1909년 집권) 도서관을 방문했다. 루스벨트 전 대통령은 팽창주의, 개입주의를 통한 ‘강한 미국’을 지향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같은 뉴욕 출생이며 집권 전 이곳에서 목장을 운영했다. 에이브러햄 링컨 전 대통령과 함께 공화당이 배출한 위대한 대통령으로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이 독립 250주년, 11월 중간선거 등을 앞두고 루스벨트 전 대통령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활용하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 화약 85만 발 사용한 불꽃놀이

4일 미국 건국 250주년을 맞아 워싱턴 기념탑을 배경으로 펼쳐질 대규모 불꽃놀이의 예상 이미지. 이날 40분간 진행될 불꽃놀이에는 총 85만 발의 화약이 동원될 예정이다. ‘프리덤 250’ 홈페이지 캡처

4일 미국 건국 250주년을 맞아 워싱턴 기념탑을 배경으로 펼쳐질 대규모 불꽃놀이의 예상 이미지. 이날 40분간 진행될 불꽃놀이에는 총 85만 발의 화약이 동원될 예정이다. ‘프리덤 250’ 홈페이지 캡처
AP통신 등에 따르면 당초 건국 250주년 행사는 10년 전 의회가 주도해 구성한 초당파 단체 ‘아메리카 250’을 중심으로 준비되고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월 재집권 후 행정명령을 통해 이 단체 대신 ‘프리덤(Freedom) 250’이란 조직을 새로 만들어 이번 행사를 주관하게 했다.

프리덤 250은 4일 밤 워싱턴 내셔널 몰에서 열리는 초대형 불꽃놀이, ‘위대한 미국 주 박람회(The Great American State Fair)’, 뉴욕에서 열리는 대형 범선 퍼레이드 등을 개최한다.

이 단체가 “역사상 최대 규모의 불꽃놀이가 될 것”이라고 자신한 워싱턴 불꽃놀이는 총 85만 발의 화약을 사용해 40분간 진행된다. 이는 기네스 세계기록에 오를 수 있는 규모다. 3∼8일 뉴욕에서는 미국과 130여 개국 해군 함선 및 항공기가 한자리에 모이는 ‘국제 해군 사열식’도 열린다.

건국 행사의 주도권을 뺏긴 아메리카 250은 올 하반기(7∼12월) 중 현재 미국을 상징하는 물품을 담은 400kg짜리 타임캡슐을 제작해 ‘독립선언문’이 탄생한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 묻기로 했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의 유명 선수 명단과 연방대법관 9명이 서명한 휴대용 헌법 등을 담는다. 건국 500년을 맞는 2276년 개봉된다.● 트럼프 “파나마 운하 中에 안 내줘”

건국 250주년 특별열차 탄 트럼프
1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노스다코타주 메도라에서 4일 건국 250주년을 앞두고 성조기와 대통령 휘장을 둘러 제작된 특별 열차에 탑승했다. 그는 이날 공화당이 배출한 위대한 대통령으로 꼽히는 시어도어 루스벨트 전 대통령의 도서관도 방문했다. 메도라=AP 뉴시스

건국 250주년 특별열차 탄 트럼프 1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노스다코타주 메도라에서 4일 건국 250주년을 앞두고 성조기와 대통령 휘장을 둘러 제작된 특별 열차에 탑승했다. 그는 이날 공화당이 배출한 위대한 대통령으로 꼽히는 시어도어 루스벨트 전 대통령의 도서관도 방문했다. 메도라=AP 뉴시스
트럼프 대통령은 카타르 왕실이 기증한 4억 달러(약 6200억 원)짜리 새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을 타고 루스벨트 도서관을 찾았다. 인공지능(AI) 기술로 구현된 가상의 루스벨트 전 대통령이 그에게 “국가가 최우선임을 기억하라”고 조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감사하다. 오늘 함께할 수 있어 영광”이라고 화답했다.

특히 그는 루스벨트 전 대통령이 집권 1기인 1904년 파나마 운하 건설을 시작했다는 점을 들어 “이 운하가 미국을 매우 부유하게 만들었다”고 치하했다. 민주당 소속 지미 카터 전 행정부가 1977년 운하의 운영권을 파나마에 되돌려줬다며 “단돈 1달러에 운하를 넘겼다”고 비난했다.

그는 이후 홍콩 기업 ‘CK허치슨’이 운하 내 일부 항구의 운영권을 독점한 것을 거론하며 “중국이 운하를 장악하려 하는데 그런 일이 일어나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메도라에 도착한 뒤 트럼프 대통령의 차량은 카우보이 복장을 한 채 말을 탄 ‘기병대’의 호위를 받기도 했다. 1898년 스페인 전쟁 때 루스벨트 전 대통령이 이끈 의용 기병대인 ‘러프 라이더스(Rough Riders)’를 재현한 것이었다. 노스다코타 주지사 출신인 더그 버검 내무장관은 “우리는 (독립) 1주년에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 125주년에 루스벨트, 250주년에 트럼프를 맞이했다”며 “모두 이 나라를 앞으로 나아가게 한 놀라운 변화의 주역들”이라고 추켜세웠다.

● “민주주의 훼손-분열 심화” 우려

다만 건국 250주년 관련 행사와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가 민주주의, 사회 통합, 개척정신 같은 미국 본연의 가치와 거리가 멀다는 비판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 기념일을 자신의 치적을 홍보하고 야당을 비판할 용도로만 쓴다는 것.

NBC방송은 미국의 정치적 분열이 심해지면서 일부 시민은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로 오해 받을까봐 성조기를 걸지 않고, 저항의 상징으로 국기를 거꾸로 거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이오와주의 한 주민은 “트럼프가 모든 것을 뒤집어 놓았으니 국기가 거꾸로 게양되는 게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의 빅테크에서 근무하는 한 40대 교포는 “트럼프에게 반대한다는 의미로 4일에 성조기 대신 주 깃발을 걸겠다는 사람들도 있다”고 말했다.

최근 갤럽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77%는 ‘건국의 아버지들이 현재의 미국을 본다면 실망할 것’이라고 답했다. 2001년의 42%보다 35%포인트 급증했다. 마리스트대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82%가 “미국 민주주의에 심각한 위협이 존재한다”고 답했다.

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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