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성과를 내도 여성은 능력을 한 번이 아니라 반복해서 증명해야 해요."
여성들이 직장에서 개인의 능력 부족이 아니라 조직에 내재된 구조적 편견 때문에 불이익을 받는 현실을 35년간의 연구와 데이터로 체계적으로 정리한 책이 나왔다.
조앤 C 윌리엄스 UC 헤이스팅스 로스쿨 석좌교수와 변호사이자 작가인 딸 레이첼 뎀시가 함께 쓴 '왜 여성은 일할수록 불리해질까?'는 127명의 여성 리더 인터뷰를 토대로 직장 내 젠더 편견의 작동 방식을 분석한다. 2014년 미국에서 출간된 뒤 실리콘밸리 기업과 글로벌 로펌 등에서 리더십 교육 지침서로 활용돼 온 책의 한국어판이다.
저자들은 직장에서 여성에게 반복적으로 작동하는 편견을 네 가지 패턴으로 정리한다. 첫째는 '다시 증명해 봐(Prove-It-Again)'다. 여성은 동일한 성과를 내더라도 능력을 반복해서 입증해야 하며, 실수는 더 크게 기억되고 성과는 운이나 외부 도움의 결과로 평가되는 경향이 있다. 둘째는 '외줄타기(Tightrope)'다. 여성이 리더십을 발휘할 때 단호하면 공격적이라는 평가를, 부드러우면 리더십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이중 구속 상황을 가리킨다.
셋째 '모성 장벽(Maternal Wall)'은 출산 이후 여성의 헌신도와 역량이 낮아졌다는 전제가 작동하며 중요한 프로젝트에서 배제되는 현상이다. 넷째 '여자의 적은 여자?(Tug of War)'는 제한된 기회 구조 속 여성들 사이의 경쟁이 강화되는 현상을 다루며, 이를 개인 간 갈등이 아닌 시스템의 산물로 설명한다.
이 책은 진단에 그치지 않는다. 각 패턴에 대해 성과를 기록하고 전달하는 방법, 네트워크의 전략적 활용, 보상 없는 잡무를 거절하는 기준, 감정 대신 목표 중심으로 대응하는 방법까지 구체적인 행동 전략을 제시한다.
모녀 공저라는 점도 눈에 띈다. '화이트 워킹 클래스' 등의 저서를 낸 윌리엄스 교수는 미국 내 여성 노동 연구를 대표하는 학자이고, 뎀시는 예일대 로스쿨 출신 변호사로 허핑턴포스트와 하버드비즈니스리뷰 등에 글을 기고해 왔다. 세대가 다른 두 사람의 시선이 교차하면서 직장 내 젠더 편견이 세대를 관통하는 문제임을 드러낸다. 앤마리 슬로터 전 미 국무부 정책기획국장이 추천사를 썼다.
[구정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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