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지분·스테이블코인 51%룰…‘위헌 논란’에 멈춘 디지털자산기본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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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소 지분·스테이블코인 51%룰…‘위헌 논란’에 멈춘 디지털자산기본법

입력 : 2026.04.17 17:10

한국상사판례학회 춘계 학술대회서
디지털자산기본법 4대 쟁점 논의
가상자산 시총 87조·이용자 1113만
원화거래소에 거래 96.6% 집중
“코인거래소 지분 강제 제한은 위헌 소지”

국내 가상자산 시가총액이 약 87조 2000억원, 거래 가능 이용자가 1113만명에 달하며 국민적 핵심 자산으로 부상한 가운데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디지털자산기본법’ 2단계 입법 법제화가 이해관계 충돌 속에 공전하고 있다.

특히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이라는 특정 지배구조 이슈가 논의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면서 정작 시급한 시장 감시 체계와 이용자 보호 논의는 뒷전으로 밀려났다는 비판이 거세다.

17일 국회도서관에서 한국상사판례학회 주최로 열린 ‘디지털자산기본법을 둘러싼 법적 쟁점’ 춘계 학술대회에서는 법조계 및 학계 전문가들이 모여 입법 공백 장기화에 대한 전방위적인 진단과 경고를 쏟아냈다.

전문가들은 “입법 골든타임을 놓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1100만명의 이용자와 산업 경쟁력 약화로 돌아올 것”이라며,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합리적 규제 체계 도입을 촉구했다.

◆ 입법 골든타임 경고… “제도가 발목 잡아선 안 돼”

이날 개회사에 나선 정대 한국상사판례학회 회장(국립한국해양대 해사법학부 교수)은 “디지털자산기본법은 우리나라 디지털자산시장 발전의 굳건한 법적 토대가 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입법”이라며 논의의 물꼬를 텄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주식·디지털자산 밸류업 특위 위원장)은 입법 지연에 대해 쓴소리를 냈다.

김 의원은 “정부안 성안이 당초 예상보다 크게 지연되고 있다”며 “대주주 지분 제한과 같은 지배구조 이슈가 갑작스럽게 논의의 중심을 차지하면서, 정작 시장 안정과 혁신 지원이라는 본질적 논의가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EU의 미카(MiCA)법 시행, 미국 SEC의 규제 재정립 등 글로벌 선점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국내의 교착 상태를 우려한 것이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디지털자산기본법은 대한민국 금융의 차세대 운영체제(OS)가 되어야 한다”며 “제도는 발판이 되어야지 발목잡기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 의원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인 규율, 거래소 지분 제한 같은 쟁점에만 매몰되다 보니 우리가 왜 이 법을 만드는가에 대한 본질적 질문이 흐려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 빗썸 오지급 사태의 교훈, ‘행위 기반 감시’ 도입 시급

시장감시 체계 구축을 위한 7대 핵심 정책 제언. [자료 = 한국상사판례학회]

시장감시 체계 구축을 위한 7대 핵심 정책 제언. [자료 = 한국상사판례학회]

첫 번째 발표에선 빗썸의 대규모 오지급 사태를 통해 드러난 현행 제도의 한계가 도마 위에 올랐다.

배승욱 벤처시장연구원 대표(법학박사)는 “미국, EU, 일본 모두 감시 체계를 갖췄으나 FTX나 빗썸 등 대형 사고가 반복되었다”며 1단계 입법인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의 ‘5대 구조적 공백’을 짚었다.

배 대표가 지적한 5대 공백은 ▲법정 전담 실시간 감시기구 미설치 ▲감시 기준·데이터 표준·정보공유 체계 미규율 ▲탈중앙화거래소(DEX) 및 크로스보더 거래 감시 수단 부재 ▲‘매매유인 목적’이라는 주관적 구성요건의 한계 ▲유형별 손해배상 추정 규정 부재다.

특히 지난 2월 발생한 빗썸 62만 BTC 오지급 사태에 대해 “포인트 지급 단위 오입력이라는 인적 오류를 차단할 시스템적 내부통제가 결여된 사건”이라며 2018년 삼성증권 유령주식 사태와 판박이라고 분석했다.

배 대표는 “자본시장법 제178조의2와 같이 주관적 목적을 불문하고 시장질서 교란행위 자체를 금지하는 ‘행위 기반 감시 모델’로 전환해야 한다”며 이상거래 탐지 기준의 시행령 규율 및 소액 신속 배상 제도 도입을 제안했다.

◆ 쪼개지는 라이선스… 자금세탁방지(AML) 넘어 ‘실질적 인가제’로

22대 국회에 발의된 5건의 디지털자산기본법안은 공통으로 매매·거래지원 등 핵심 업무는 ‘인가제(자본금 5억~20억원)’로 묶고, 지갑 관리나 자문 등은 ‘등록제’로 차등화하는 다층적 규제 구조를 띠고 있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은 별도의 고강도 자본 요건을 요구한다. [자료 = 법무법인 태평양]

22대 국회에 발의된 5건의 디지털자산기본법안은 공통으로 매매·거래지원 등 핵심 업무는 ‘인가제(자본금 5억~20억원)’로 묶고, 지갑 관리나 자문 등은 ‘등록제’로 차등화하는 다층적 규제 구조를 띠고 있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은 별도의 고강도 자본 요건을 요구한다. [자료 = 법무법인 태평양]

두 번째 세션에서는 사업자 분류 체계의 전면 개편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정명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현재의 가상자산사업자(VASP) 개념은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에 뿌리를 둔 자금세탁방지(AML) 중심의 분류”라며 “산업법상 기능별 업권 분류로의 진화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22대 국회에 발의된 5건의 2단계 입법안들은 공통으로 업무 위험도에 따라 진입 규제를 다층화하고 있다. 매매, 교환, 거래지원, 보관 등 핵심 기능은 인가제(자본금 5억~20억원)로, 집합관리, 지갑관리, 자문 등은 등록제(1억~3억원)로, 주문 전송 등은 신고제로 나누는 방식이다.

특히 가치안정형(스테이블코인) 발행업은 시스템 리스크를 고려해 자본금 20억~50억원을 요구하는 최고 강도의 규제 영역으로 설정되어 있다.

이 변호사는 “하나의 사업자가 거래소, 보관, 중개, 자문을 모두 수행하는 ‘통합형 모델’을 유지할지, 기능별로 철저히 분리할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거래소 지분 20% 제한’ 위헌 논란… “내부통제 강화가 글로벌 스탠더드”

가상자산거래소 대주주 지분제한 쟁점 정부가 자본시장법상 대체거래소(ATS) 기준을 준용해 거래소 대주주 지분을 15~20%로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가운데, 업계와 학계에서는 헌법적 위헌 소지 및 벤처 생태계 위축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자료 = 법무법인 광장]

가상자산거래소 대주주 지분제한 쟁점 정부가 자본시장법상 대체거래소(ATS) 기준을 준용해 거래소 대주주 지분을 15~20%로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가운데, 업계와 학계에서는 헌법적 위헌 소지 및 벤처 생태계 위축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자료 = 법무법인 광장]

가장 첨예한 대립각을 세운 주제는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이었다. 정부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 대주주 지분 15~20% 상한 도입(자본시장법상 대체거래소 기준 준용)에 대해 한서희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해외 주요국 어디에도 없는 독자적 규제 실험이자 위헌 소지가 다분한 접근”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한 변호사는 “적법하게 사업을 영위해 온 기존 창업자의 지분을 사후적으로 강제 제한하는 것은 헌법상 재산권의 본질적 내용 침해이자 과잉금지원칙 위반”이라고 짚었다.

다수의 기관이 공동 출자해 설립 단계부터 분산 구조를 짠 넥스트레이드(대체거래소)의 잣대를 벤처 생태계에서 출발해 성장한 가상자산 거래소에 동일하게 들이대는 것은 평등원칙에도 위배된다는 것이다.

대안으로는 사후적 지분 빼앗기가 아닌 ‘내부통제 강화’가 제시됐다. 한 변호사는 “미국, EU, 싱가포르 모두 지분 제한 대신 엄격한 적격성 심사와 정보교류 차단(차이니즈 월), 준법감시인 제도를 활용한다”며 단기적으로는 특금법상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강화하고, 중장기적으로 상시 잔고 대사 및 이사회 독립성 의무화를 통해 시장 주도의 자연스러운 지분 분산을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파생상품·ETF는 자본시장법으로… 스테이블코인 뇌관 여전

디지털자산 파생상품 규율 방안 비교 디지털자산 기초 파생상품을 자본시장법과 디지털자산기본법 중 어느 테두리에서 규율할지에 대한 장단점 비교. [자료 = 법무법인 비컴]

디지털자산 파생상품 규율 방안 비교 디지털자산 기초 파생상품을 자본시장법과 디지털자산기본법 중 어느 테두리에서 규율할지에 대한 장단점 비교. [자료 = 법무법인 비컴]

디지털자산과 전통 금융시장의 융합에 따른 경계 설정 문제도 집중 조명됐다.

차상진 법률사무소 비컴 대표변호사는 “디지털자산을 기초로 하는 파생상품과 ETF는 필연적으로 자본시장 인프라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파생상품 거래와 ETF 상장을 위해서는 중앙청산기관(CCP)과 법인식별기호(LEI)가 필수적인데 이를 이미 한국거래소와 한국예탁결제원이 독점적으로 수행하고 있다는 현실적 이유 때문이다.

차 변호사는 “파생상품과 ETF는 기존 자본시장법의 테두리 안에서 통일적으로 규율해 규제 차익을 막고, 1대1 성격이 강한 투자일임 및 자문업은 디지털자산기본법 내에서 통제하는 것이 감독 행정의 효율성을 높이는 길”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스테이블코인 규율 역시 폭발력을 가진 뇌관으로 지목됐다. 한은은 최근 ‘2025년 지급결제보고서’ 등을 통해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은행 주도(컨소시엄 지분 50%+1주 이상)로 제한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핀테크 업계와 가상자산 진영은 “과도한 은행 중심주의가 혁신을 저해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2단계 입법 과정에서 치열한 힘겨루기가 예상된다.

현재 국내 원화 거래 시장은 상위 2개사(업비트·빗썸)에 전체 거래의 96.6%가 집중된 과점 상태이며 이용자의 74.2%가 100만원 미만을 굴리는 소액 투자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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