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정수 기자] 국내 증시 거래대금이 100조원 안팎까지 불어났지만 증권주 주가는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통상 증권주는 거래대금 증가의 직접적인 수혜를 받는 대표적인 시황주로 꼽히지만 최근에는 반도체 중심의 수급 쏠림과 하반기 이익 모멘텀 둔화 우려가 겹치면서 시장 수익률을 크게 밑돌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3일 엠피닥터에 따르면 2분기 들어 증권업지수는 18.67%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는 62% 상승, 증권주는 시황 산업임에도 시장수익률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전배승 LS증권 연구원은 “증권업은 증시의 방향성과 증권사의 수익성이 연계되는 시황 산업의 특성을 갖고 있어 코스피와 과거부터 높은 상관성을 보인다”며 “하지만 1분기 실적이 발표된 5월 초 고점을 기록한 이후 하락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증권업황 자체는 나쁘지 않다. 4월부터 6월 중순까지 국내 증시 일평균 거래대금은 92조원으로 1분기 대비 38% 증가했다. 신용잔고 평잔도 36조원으로 전분기 대비 16% 늘었다.
6월 누적 기준 국내 증시 일평균 거래대금은 약 101조원으로, 5월(106조원)에 이어 100조원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2분기 누적 상장지수펀드(ETF) 일평균 거래대금도 25조원으로 전분기 대비 42% 증가했다.
이 같은 환경을 감안하면 2분기 증권사 실적은 양호할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현 수준의 거래대금이 이어질 경우 커버리지 증권사의 2분기 순이익이 평균적으로 컨센서스를 약 20% 웃돌 것으로 추정한다.
그럼에도 증권주가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가는 이유로는 반도체 중심의 수급 쏠림 현상이 꼽힌다. 시가총액 비중이 큰 반도체 업종의 독주로 코스피 상승 폭이 확대됐고,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 등 반도체 대형주에 자금이 집중되면서 증권업종으로 확산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특정 섹터로의 쏠림 현상이 매우 심화된 상황”이라며 “통상 상고하저의 실적 흐름을 보이는 증권사 특성상 주가는 이를 더 빠르게 선반영하는 측면이 강하다”고 진단했다.
정책 모멘텀 약화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에는 증시 활성화 정책과 주주환원 강화 조치가 전 섹터에 걸쳐 작동하면서 증권업종 수익률이 시장 수익률을 30%포인트 이상 웃돌았다. 최근에는 3차 상법 개정 통과 이후 증시 전반의 정책 기대감이 다소 약화됐다는 평가다.
실적에 대한 경계감도 증권주를 누르고 있다. 현재 거래대금은 급증했지만 시가총액 회전율은 과거 역사적 고점 수준에서 추가로 상승하지 못하고 있다. 국내외 통화정책 변화에 따른 유동성 증가율 둔화 가능성도 금융시장 변동성을 키울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여기에 주요 증권사의 신용공여 한도 소진, 대규모 투자자산의 평가·처분이익 감소, 부동산금융 환경 악화 가능성도 하반기 부담 요인으로 지목된다.
전 연구원은 “하반기의 경우 증권주 실적 전망 관련 불확실성 요인들이 상대적으로 많다”며 “2026년 상반기 대비 하반기, 2026년 대비 2027년 증권업종 이익 증가율 둔화 혹은 감익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개별 종목별로는 밸류에이션 매력이 부각되는 곳도 있다. 대신증권은 NH투자증권(005940)에 대해 최근 주가 부진에도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 수준까지 하락했고, 배당수익률은 5.8%까지 상승했다며 투자 매력이 높다고 평가했다.
하나증권은 한국금융지주(071050)와 삼성증권(016360)을 최선호주로 제시했다. 한국금융지주는 자회사 고유자금 운용이 예·적금 중심에서 주식과 ETF 등으로 확대되면서 증시 호조에 따른 평가이익 증가가 기대된다고 봤다. 삼성증권은 브로커리지와 자산관리 수익 비중이 높아 거래대금 증가 효과가 상대적으로 클 것으로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증권업종 전반에 대해 단기 실적 기대와 하반기 모멘텀 둔화 우려가 공존하는 구간으로 보고 있다.
전 연구원은 “2분기 긍정적 실적이 예상되는 만큼 코스피와 증권업종 주가 괴리가 확대된 현 시점에서 단기 긍정적 접근은 유효하다”면서도 “하반기에는 추세적인 증시 상승 여부가 관건이며 주요 증권사의 평균 PBR이 이미 1배를 상회하고 있어 금융업종 내 증권업종 투자 매력도는 상대적으로 낮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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