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경기 성남 판교신도시에 있는 삼성SDS 글로벌컨트롤센터(GCC) 내부로 발을 내딛자 가로 7.4m, 세로 1.4m 초대형 스크린이 전면에서 시선을 압도했다. 스크린에 떠 있는 세계 지도에는 부산항을 비롯해 미국 유럽 동남아시아 남미 등 지구 곳곳에서 목적지를 향해 이동하는 선박과 항공기 경로가 한눈에 펼쳐졌다. GCC에서 모니터링하는 선박과 항공기는 각각 1700척, 250여 대다. 삼성SDS가 이를 효율적으로 통제·관리할 수 있는 배경엔 ‘수학적 최적화’ 기술이 있다.
삼성SDS는 디지털 물류 시스템 ‘첼로스퀘어’에 수학적 최적화를 적용해 선박 이동 시간과 항만 체류 시간을 계산하고 운임 예측의 정확성을 끌어올렸다. 가장 효율적인 경로를 찾는 ‘라우트(Route) 최적화’ 기법이다. 여기서 목적함수는 배송 시간과 물류 비용 최소화다. 제약 조건으로는 날씨, 파도 등이 꼽힌다.
예를 들어 물류 회사가 트럭에 컨테이너를 실어 여러 항구 도시로 보낼 때 가장 효율적인 경로를 찾으려면 목적함수를 배송 비용 최소화로 설정할 수 있다. 제약 조건에는 배송 마감 시한, 각 배송지의 요구 사항 등이 포함된다. 첼로스퀘어는 고객사의 주문 정보를 분석한 다음 목적함수를 설정한 뒤 제약 조건을 반영해 최적의 운송 계획을 수립해준다. 삼성SDS 관계자는 “첼로스퀘어 도입 후 고객사의 평균 배송 시간이 이전보다 7.4% 단축되고 탄소 배출량이 8% 줄었다”고 설명했다.
화물 적재에도 수학이 쓰인다. 이때 목적함수는 적재 공간 최소화 혹은 물품 손상 최소화다. 물품의 최대 중량과 부피, 적재 높이, 균형도, 적재 순서 등 제약 조건을 설정해 함수를 푼다. 이 과정에서 삼성SDS는 적재 공간을 3D 모델로 시뮬레이션해 다양한 배치 시나리오를 시각적으로 평가하고, 필요한 컨테이너 수와 적재율을 숫자로 산출한다. 최적화 적용 전에 비해 고객사의 창고 적재 공간 활용도는 70%에서 90%로 28.5% 증가했다.
삼성SDS는 공급망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물류 뉴스를 선별해 위기 대응 방안을 세울 때도 최적화 기법을 동원한다. 삼성SDS는 매일 국내외 뉴스 6만여 건을 머신러닝으로 추출한 뒤 단계별 필터링을 거쳐 가장 핵심 기사를 약 70건으로 추린다. 필터링 과정에서 최적화 기법인 자연어처리(NLP)를 사용한다. 데이터 분석에 필요한 컴퓨팅 자원도 여러 서버에 분산해 작업 속도를 높인다. 삼성SDS 관계자는 “기존에는 물류 뉴스 선별 작업에 24시간이 걸렸는데, 최적화 적용 후 2시간가량으로 대폭 줄었다”며 “리스크 대응 시간이 늘어나 물류 회사가 선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첼로스퀘어 도입 기업은 2022년 2500개에서 지난해 5300개, 지난 7월 기준 1만4800개로 가파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성남=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