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반도체 순풍에도… 내수부진-규제 묶인 韓, 대만에 GDP 밀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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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4년만에 3만→4만달러로
한국은 2028년까지 14년 걸릴 듯
韓, 성장세보다 부채증가 속도 빨라
경제체질 이대로면 저성장 장기화

최근 대만이 고성장 가도를 달리는 것과 달리, 한국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올해도 3만 달러 선에 머물 것으로 보이는 등 경제가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대만은 반도체 업체 TSMC 의존도가 높아 반도체 붐이 꺼지면 경제 하강 속도가 더 클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한국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인공지능(AI) 반도체 호황에도 잠재 성장률을 끌어올리지 못하는 이유는 내수 부진과 함께 신산업 투자를 위축시키는 규제 등 구조적 문제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국 경제의 체질이 근본적으로 개선되지 않으면 저성장 장기화를 피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3만 달러대 정체된 韓 1인당 GDP

19일 국제통화기금(IMF) ‘4월 세계 경제전망’에 따르면 한국의 1인당 GDP는 내년까지 3만 달러 선에 머무를 것으로 추정된다. 2014년(3만667달러) 3만 달러를 돌파한 뒤 2028년 4만 달러를 넘어서기까지 14년이 걸리는 셈이다. 대만의 1인당 GDP가 2021년 3만 달러를 돌파한 뒤 불과 5년 만인 올해 4만 달러를 넘는다는 전망과 대조적이다.

저성장 구조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한국 경제와는 다르다. 한국은 지난해 수출액이 처음으로 7000억 달러를 넘어섰지만 반도체를 뺀 나머지 수출액은 오히려 1% 뒷걸음질 쳤다. 반도체 호황이 멈출 때 한국 경제를 주도할 AI, 바이오 등 신산업의 성장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혁신을 막는 핵심 요인으로는 각종 규제가 꼽힌다. 최근 한국경영자총협회의 ‘2026년 기업규제 전망 조사’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은 △정부 보조금 등 대규모 투자 지원 △기술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 개혁 △첨단산업·신산업 등 획기적인 규제 완화 등을 글로벌 혁신기업 육성을 위한 과제로 꼽았다.

지난해 상위 10대 기업이 전체 수출액의 39.0%를 차지하는 등 일부 대기업이 수출을 주도하는 구조도 고질적인 문제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대만은 중소기업 실적이 양호해 내수 경제가 탄탄하게 받쳐주는 구조”라며 “노동인구가 줄고 있는 상황에서 지금처럼 일부 기업의 반도체 수출에만 의존하기보다 다양한 산업 생태계를 육성하는 등 구조 개혁이 필요하다”고 했다. 다만 한국과 대만의 경제환경 차이를 고려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만 인구는 한국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해 TSMC라는 세계적 기업의 성과가 1인당 GDP에 상대적으로 더 크게 반영된다”며 “한국 경제가 구조적으로 대만보다 뒤처진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한국은행도 올해 1월 반도체에 집중된 대만 경제의 양극화가 심화했다고 지적했다.

● 韓 나랏빚 증가 속도, 명목 성장 속도의 1.7배

경제가 반등하지 못하는 가운데 부채 규모는 빠르게 늘어 향후 성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IMF는 이달 ‘재정 모니터’를 통해 한국의 GDP 대비 일반정부 부채(D2) 비율이 올해 54.4%에서 내년에는 56.6%로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10월 전망보다 각각 2.3%포인트씩 낮아졌지만, 내년에는 비기축통화를 쓰는 선진국 11곳 평균치(55.0%)를 넘어서게 된다. 일반정부 부채는 중앙·지방정부 부채에 비영리 공공기관 부채를 포함한 지표로, 국제기구의 국가 간 부채 비교에 주로 쓰인다.

2031년까지 향후 5년간 한국 부채 비율은 연평균 3.0%씩 올라 11개 비기축통화국 중 홍콩(7.0%)에 이어 두 번째로 증가율이 높을 것으로 예측됐다. 한국의 부채 비율은 미국, 일본 등 주요 7개국(G7) 평균(120∼130%대)보다는 낮지만 한국은 기축통화국이 아닌 만큼 대외 충격에 취약할 수 있어 엄격한 재정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 빚 규모는 명목 GDP 성장세보다 빠르게 늘고 있다. 2020년부터 2025년까지 명목 GDP는 연평균 5.3% 증가했으나 같은 기간 중앙·지방정부 부채는 연평균 9.0% 늘었다.

세종=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
세종=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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