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규의 데이터 너머] 약달러에도 오르는 환율, 최약체 원화

4 weeks ago 11

[강진규의 데이터 너머] 약달러에도 오르는 환율, 최약체 원화

미국의 경기 침체 우려로 달러화 가치가 하락하고 있지만 원·달러 환율은 오히려 상승하고 있다. 일본 유럽 영국 등 주요 선진국, 상당수 신흥국의 통화 가치가 반등한 것과 대조적이다. 서학개미의 해외 주식 투자가 급증한 데다 미국발(發) 관세 전쟁으로 수출 중심 경제 구조인 한국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이란 우려가 원화를 ‘최약체’로 만든 요인으로 꼽힌다.

신흥국 통화도 강세인데

한국은행과 서울외국환중개 등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18일 달러당 1452원90전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 지난 1월 말 1452원70전에서 0.01% 올랐다. 지난달 1427원대까지 내렸다가 이달 들어 다시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환율 변동을 원화를 기준으로 환산하면 상대적 가치가 0.01% 내린 것이다.

이 기간 달러 가치는 크게 떨어졌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1월 말 108.4였던 달러화지수는 103.39로 4.62% 하락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경제가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에 달러가 큰 폭의 약세를 보였다.

[강진규의 데이터 너머] 약달러에도 오르는 환율, 최약체 원화

반면 주요국 통화는 강세로 전환됐다.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54.47엔에서 149.38엔으로 하락했다. 엔화 가치 상승률은 3.41%로 나타났다. 미국 등 주요국 중앙은행이 금리를 내리는 것과 달리 일본은행(BOJ)은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가는 것도 엔화 가치 상승의 배경으로 꼽혔다.

다른 선진국 통화 가치도 일제히 상승세다. 유로화 가치는 유로당 1.038달러에서 1.092달러로 5.12% 올랐다. 독일 의회가 5000억유로 규모의 경기 부양책 수립에 합의하면서 유로존 경기 회복 기대감이 퍼졌다. 영국 파운드화 가치는 파운드당 1.241달러에서 1.2999달러로 4.58% 상승했다. 스위스프랑과 캐나다달러 가치는 각각 3.27%, 1.48% 상승했다. 호주달러와 뉴질랜드달러도 각각 2.83%, 3.46% 올랐다.

신흥국 통화도 대체로 강세였다. 한은에 따르면 JP모간의 신흥국 통화지수(JPM지수)는 1월 말 43.5에서 지난 10일 44.5로 2.3% 상승했다. 러시아 루블화가 경제지표 호조에 힘입어 13.4% 절상됐고, 멕시코 페소화도 미국의 관세 부과가 유예되면서 1.6% 올랐다.

원화 약세 요인 수두룩

한국의 통화 가치가 하락한 것을 두고 전문가들은 미국의 경기 침체 우려가 안전자산 수요를 자극한 영향이라고 보고 있다. 주요 투자은행이 미국 성장률 전망치를 2%대 초중반에서 1%대 중후반으로 낮추는 등 침체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안전자산 수요가 늘면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원화 자산의 투자 매력은 떨어진다. 게다가 수출 중심 국가인 한국이 미국발 관세 전쟁에 직접적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도 원화 가치를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여겨진다.

대내적으로는 외환 수급 불균형이 나타나고 있다. 내국인의 해외 투자는 늘어나는 반면 외국인의 국내 투자는 줄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내국인의 해외 증권 투자는 1월 125억5000만달러로 사상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반면 외국인은 국내 주식을 7개월 연속 순매도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올 들어 한국의 해외 투자 자금 유출 규모가 신흥국 중 3위에 해당한다고 분석했다. 유재현 한은 국제총괄부장은 “국내 정치 불확실성이 일부 남은 점도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전개 양상이 원화에 우호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한은 분석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 간 무역 갈등이 격화하면 달러화는 강세, 중국 위안화는 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두 가지 모두 원화 약세 요인이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국내 외환시장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살펴봐야 하는 이유다.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