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집주인, 수억원 낮춰 급하게 팔더니…'놀라운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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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 3구와 용산구가 24일부터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다. 실거주 목적의 주택 구입만 허용돼 강남권 아파트 거래량이 급감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송파구의 한 아파트 단지 모습.   최혁 기자

서울 강남 3구와 용산구가 24일부터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다. 실거주 목적의 주택 구입만 허용돼 강남권 아파트 거래량이 급감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송파구의 한 아파트 단지 모습. 최혁 기자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 전체가 24일부터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다. 지난 주말 서초구 반포동이나 송파구 잠실동 일대는 규제 전 마지막 거래를 하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가 금지되는 이번 주부턴 분위기가 사뭇 한산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 마포구, 성동구, 광진구, 동작구 등 ‘한강벨트’나 강동구, 경기 과천 등 인접 지역으로 매수세가 옮겨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강남권에서 거래는 줄겠지만 가격은 일시적 조정에 그칠 것이란 분석이 적지 않다.

강남권 또 '거래 절벽' 오나…흑석·과천은 '풍선효과' 조짐

◇이번 주부터 ‘거래절벽’

23일 국토교통부와 서울시에 따르면 강남 3구와 용산구에선 24일 계약분부터 2년간 실거주 목적의 아파트 매매만 허용된다. 세입자의 임대차 기간이 남은 주택은 원칙적으로 거래가 금지된다는 뜻이다. 유주택자라면 해당 지역에 거주해야 할 사유 등을 구체적으로 소명하고, 기존 주택 처리(매매나 임대 등) 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건축물대장 용도가 아파트인 약 40만 가구가 이 규제를 적용받는다. 오피스텔이나 빌라(다세대·연립) 등은 제외된다.

대출 규제도 한층 강화된다. 우리은행은 오는 28일부터 유주택자를 대상으로 강남 3구와 용산구 내 신규 주택 구입 목적 주택담보대출을 내주지 않기로 했다. 하나은행은 27일부터 서울 전체에 대해 1주택 이상 보유자의 주담대 신규 취급을 중단한다. 앞으로 6개월간 실거주 의사가 있는 ‘현금 부자’만 강남 아파트를 살 수 있다는 뜻이다. 수요층이 대폭 쪼그라드는 만큼 ‘거래절벽’이 예상된다는 평가다.

과거 ‘잠삼대청’(잠실·삼성·대치·청담동)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됐을 때도 그랬다. 양지영 신한투자증권 자산관리컨설팅부 수석에 따르면 잠삼대청에 규제가 시행되기 이전(2018년 6월~2020년 5월) 4456건이던 잠실동 아파트 거래량은 규제 이후(2020년 6월~2022년 5월) 814건으로 81.7% 급감했다. 같은 기간 청담동(-61.4%)과 대치동(-60.1%), 삼성동(-31.5%) 등도 거래가 크게 줄었다.

하지만 가격은 떨어지지 않았다. 양 수석에 따르면 2018년 6월~2020년 5월에 잠실동 아파트값은 20.79% 올랐는데, 2020년 6월~2022년 5월엔 상승률이 22.51%로 더 커졌다. 대치동도 토지거래허가구역 이후 집값 오름세가 더 가팔라졌다. 학군, 교통 등 입지적 강점이 탄탄한 데다 재건축 사업도 속도를 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비슷한 상황이 펼쳐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똘똘한 한 채’ 선호, 입주 물량 감소 등이 맞물리며 강남권 등 핵심 입지의 수요가 꾸준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깜짝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 카드는 공급을 늘릴 방안이 여의치 않고, 추가 대출규제 수단도 마땅치 않다는 걸 정부가 자인한 꼴”이라며 “지금 집을 처분하고 강남권에 살아야 한다는 심리가 더 확산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동작 흑석·과천은 호가 1억원 쑥

단기적으론 가격 하락 등 시장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지난주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 등 선호 지역 단지 집주인이 호가를 수억원 내려 급매 처분을 한 사례가 잇따랐다. 부동산 플랫폼업체 아실에 따르면 송파구 아파트 매물은 지난 19일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이 발표된 지 이틀 만에 6760건에서 6911건으로 2.2% 늘었다.

수요자의 시선이 강동구 동작구 성동구 마포구 등 강남권 인접 지역으로 향하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것이란 관측도 적지 않다. 이미 조짐이 하나둘 나타나고 있다. 예컨대 ‘서반포’란 별칭을 가진 동작구 흑석동 ‘아크로리버하임’ 전용면적 84㎡ 집주인은 호가를 25억원에서 26억원으로 1억원 올렸다. ‘과천푸르지오써밋’ 전용 59㎡ 호가도 21일 20억원에서 21억원으로 높아졌다.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 마포구 ‘마포프레스티지자이’ 등 신축 아파트도 반사이익을 기대하고 있다. 다만 마포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사실 강남과는 수요층이나 가격 측면에서 큰 차이가 있어 풍선효과를 온전히 누리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전세 가격은 오름세를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임차인을 들이는 식의 주택 매수가 허용되지 않으면 전세 공급 자체가 크게 줄 수 있어서다. 임차 선호도가 높은 강남 3구와 용산구 전세 매물이 감소하면 인근 지역 가격 상승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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