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만선의 비극’ 반복…3~5회 어획량 한번에 잡았다가 전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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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해경이 9일 오후 금성호 침몰 사고 실종자를 찾기 위한 수색을 벌이고 있다. 제주지방해양경찰청 제공

제주해경이 9일 오후 금성호 침몰 사고 실종자를 찾기 위한 수색을 벌이고 있다. 제주지방해양경찰청 제공
“돌아와야죠. 돌아와야죠….”

8일 제주 앞바다에서 침몰해 해경이 실종자를 수색 중인 ‘135금성호’의 항해사 이태영 씨(41)는 10일 제주해양경찰서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이 씨는 “길게는 몇 년 생사고락을 함께한 동료들이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구조된 직후 다시 제주 앞 바다로 향한 이 씨는 현재 해경을 도와 실종자 수색을 지원하고 있다.

제주해양경찰청은 실종자 12명 가운데 선원 이모 씨(64)가 사망한 채 발견됐다고 10일 밝혔다. 해경은 9일 오후 9시경 해군이 보유한 원격조종수중로봇(ROV)을 투입해 수심 92m 지점에서 이 씨의 시신을 인양했다. 금성호 선체 인근에서 발견된 이 씨는 방수 작업복을 착용한 상태였다고 한다. 이에 따라 현재까지 인명 피해는 한국인 3명 사망, 실종자 11명(한국인 9명 , 인도네시아인 2명)으로 집계됐다.

해경은 10일에도 사흘째 수색에 나섰지만 사고 지점 수심이 90m 안팎에 이를 정도로 깊어 난항을 겪었다. 선원들에 따르면 선체 내부에는 선장과 어로장(선단 책임자), 조리장이 있었고 외부에는 나머지 실종자가 있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외부에 있던 이들은 사고 직후 해류에 휩쓸렸을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다. 해경은 11일부터 심해 잠수부와 장비를 투입하는 등 수심 80~90m까지 수색을 확대할 방침이다.

수색 작업이 장기화되자 실종자 가족들은 발을 동동 굴렀다. 실종자 구모 씨(60·어로장)의 여동생은 해경과 함께 사고 현장을 둘러본 뒤 “오빠가 중·고교생부터 뱃일을 시작해 어로장까지 됐다”며 “최근엔 고기가 많이 잡힌다고 좋아했는데…”라며 눈물을 흘렸다.

이번 사고를 두고 어획량이 많은 가을철 어업에 나서다 어선이 전복되는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이번 사고도 평소보다 많은 어획량이 원인이었을 것으로 해경은 추정하고 있다. 선원들은 경찰 조사에서 “3, 5회에 걸쳐 잡을 (물고기) 양을 한꺼번에 잡았다. 평소보다 어획량이 많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어획량이 많은 가을철 어업에 나섰다 어선이 전복되는 이른바 ‘만선의 비극’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해양교통안전정보시스템(MTIS)에 따르면 2018∼2023년 발생한 어선 전복 사고 329건 중 105척(31.9%)은 9~11월 가을철에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어획량이 지나치게 많으면 전복에 취약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상갑 한국해양대 조선해양시스템공학부 명예교수는 “어선의 경우 작업에 지장을 준다는 이유로 선원들이 구명조끼를 입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작업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벨트형 구명조끼’ 등 경량화되고 활동성이 높은 구명장비를 당국이 의무화해야 한다”고 했다.

제주=송은범 기자 seb1119@donga.com
제주=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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