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부키의 베일 벗겼다”…재일교포 이상일 감독 ‘국보’ 日흥행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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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국보’의 포스터

영화 ‘국보’의 포스터

재일교포 감독이 일본의 전통 예술극인 가부키를 영화로 재해석한 작품이 일본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며 열도를 달구고 있다. 바로 이상일 감독(51)의 ‘국보(国宝)’다.

23일 공개된 일본 개봉영화 순위에서 이 감독이 연출한 ‘국보’는 디즈니 영화 ‘릴로 & 스티치’를 제치고 흥행 선두에 올랐다. 일본 내 누적 관객수는 152만 명, 흥행 수익은 21억 엔(약 197억 원)을 돌파한 것으로 집계됐다. 6일 일본에서 첫 개봉된 ‘국보’는 개봉 첫주에 3위에 그쳤지만 둘째 주에 2위, 그리고 이번 셋째 주에 1위에 올랐다. 입소문을 타고 순위가 상승하고 있는 것. 일본의 영화전문매체인 ‘영화닷컴’은 “국보가 매주 더 좋은 흥행 성적을 기록하며 개봉 3주 만에 1위를 차지했다”고 전했다.

‘파크 라이프’로 아쿠타가와상(2002년)을 받았던 요시다 슈이치(吉田修一)가 아사히신문에 2017년 연재했던 동명의 소설이 원작. 일본의 대표 미남배우로 꼽히는 요시자와 료(吉沢亮)가 주연을 맡았다. 이 영화는 5월 칸 영화제 감독 주간 부문에 공식 초청되기도 했다.

이상일 영화감독. 나무위키

이상일 영화감독. 나무위키
‘국보’는 야쿠자의 세계에서 태어났지만 가부키 배우 집에서 자라게 되면서, 예술에 삶을 바친 주인공 키쿠오의 삶을 그린 작품이다. 2차 세계대전 패전부터 고도경제성장기까지를 배경으로 한 작품의 러닝타임은 175분에 달한다. 특히 일본 가부키 공연의 디테일을 영상에 유려하게 담아낸 것에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가부키 평론가인 야우치 켄지는 아사히신문에 “평소 가부키 공연에서는 볼 수 없는 각도에서 가부키를 즐길 수 있는 것이 이 영화의 매력”이라며 “가부키의 베일을 벗기는 듯한 날카로운 영상”이라고 평했다.

이 감독은 일본 니가타 출신의 재일교포 3세로 1999년 감독으로 데뷔했다. 2007년 ‘분노’는 일본아카데미에서 13개상을 받는 등 일본의 대표 감독 중 한 명이다. 그는 지난해에는 애플TV+ 드라마 ‘파친코’ 시즌2에 연출로 참여하기도 했다.

일본 관객 사이에서는 이 감독이 가부키를 그린 ‘국보’와 중국 천카이거(陳凱歌) 감독이 1993년 경극을 소재로 만든 ‘패왕별희(覇王別姬)’와 비교하는 평가가 많다. 두 작품 모두 여장 남자로 무대에 서는 인물이 주인공이기 때문. 이 감독 또한 최근 현지 관객 인사에서 “학창 시절 중국 천카이거 감독의 ‘패왕별희’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언젠가 이런 영화를 찍고 싶다고 생각했고, 이것이 가부키 영화를 찍는 것으로 이어졌다”고 밝히기도 했다.

도쿄=황인찬 특파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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