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칼럼 “코스피 고점 근처에 내놓아 투자자들 하락만 맞아”
“거래비중 큰 종목에 레버리지 상품…변동성 증폭에 시장까지 흔들”
블룸버그 칼럼니스트 슐리 렌은 15일 ‘한국 레버리지 ETF는 최악의 타이밍(South Korea’s Leveraged ETFs Have the Worst Timing)‘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SK하이닉스가 미국에서 265억달러 규모의 성공적인 ADR 상장을 이뤄내는 동안 정작 한국 개인투자자들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로 큰 손실을 입었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지난 5월 말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를 기초자산으로 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허용했다. AI 반도체 랠리를 두 배로 즐기려는 개인투자자들의 자금이 몰리면서 한 달 만에 16개 상품의 운용자산은 약 91억달러까지 불어났다.
하지만 반도체주가 조정을 받자 한국 증시에서 가장 큰 SK하이닉스 레버리지 ETF는 상장 이후 40% 넘게 하락하며 국내 투자자들에게 큰 손실을 안겼다.“레버리지는 상승도, 하락도 증폭”
블룸버그는 손실의 원인이 단순한 주가 하락만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레버리지 ETF는 매일 목표 배율을 유지하기 위해 기계적으로 비중을 조정하는 구조다. 상승장에서는 고점에서 더 사고, 하락장에서는 저점에서 더 파는 거래가 반복되면서 시장 변동성이 클수록 수익률이 급격히 악화되는 ’변동성 드래그(volatility drag)‘가 발생한다.렌은 “레버리지 ETF는 주식처럼 거래되지만 실제로는 옵션만큼 복잡한 상품”이라며 “투자자는 주가 방향뿐 아니라 얼마나 빠르고 크게 움직일지까지 맞혀야 한다”고 설명했다.또 “2배 수익률”이라는 단순한 구조만 보고 투자에 뛰어든 개인들이 상품의 복잡성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상승은 놓치고 하락만 맞았다”
렌은 홍콩과 한국의 성과 차이를 만든 핵심 요인으로 상장 시점을 꼽았다.
홍콩에 상장된 CSOP SK하이닉스 2배 레버리지 ETF는 지난해 10월 출시돼 AI 반도체 랠리 초반부터 상승을 모두 누리며 올해 들어서도 약 270%의 수익률을 기록했다.반면 한국 상품은 AI 랠리가 정점에 가까워진 지난 5월 말에야 출시돼 상승 구간은 대부분 놓치고 이후 급락장만 고스란히 맞았다는 것이다.
렌은 “레버리지는 올라갈 때는 짜릿하지만 내려갈 때는 훨씬 더 고통스럽다”며 “한국 투자자들은 오르막은 거의 경험하지 못한 채 눈사태 같은 하락만 맞았다”고 꼬집었다.
“과열장에 기름 부은 정책”
블룸버그는 금융당국의 정책 판단에도 의문을 제기했다.한국은 해외에 상장된 레버리지 상품으로 빠져나가는 투자 수요를 국내로 돌리기 위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허용했지만, 당시 이미 코스피는 AI 열풍 속에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증시로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었다는 것이다.
렌은 “레버리지 ETF 출시는 활활 타오르던 시장에 기름을 부은 것과 같았다”고 평가했다.
또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의 거래 비중이 워낙 큰 상황에서 관련 ETF까지 더해지면서 두 종목과 연계 상품의 거래가 시장 전체를 좌우할 정도로 커졌고, 이로 인해 일부 상품이 코스피 변동성을 더욱 증폭시키는 구조가 형성됐다고 지적했다.
칼럼은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6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출시를 막지 못한 것을 후회한다고 밝힌 점도 소개했다.
렌은 마지막으로 워런 버핏이 파생상품을 “대량살상무기(weapons of mass destruction)”라고 표현했던 말을 인용하며, 한국 개인투자자들의 최근 손실은 그 경고를 다시 떠올리게 한다고 글을 맺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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