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17일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작년 12월 올해 한국 경제가 2.1%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이를 1.5%로 낮춰잡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으로 세계 무역이 위축되면 한국이 직격탄을 맞을 것이란 분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OECD는 무역 정책의 불확실성을 반영해 세계 성장률도 3.3%에서 3.1%로 하향 조정했다. 그러면서 각국이 새로운 통상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구조 개혁과 공급망 다변화에 나서야 한다고 진단했다.
◇ 세계 성장률 3.3%→3.1% 하향
OECD는 17일 발간한 ‘중간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한국 성장률을 1.5%로 제시했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제시한 성장률 전망치와 일치하고 정부(1.8%), 한국개발연구원(1.6%) 예상치보다는 낮다. OECD는 매년 3월과 9월에 중간 경제전망을 발표한다.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 하향폭(0.6%포인트)은 주요 20개국(G20) 가운데 멕시코(2.5%포인트) 캐나다(1.3%포인트)에 이어 컸다. 멕시코와 캐나다는 트럼프 관세 전쟁의 첫 타깃이 된 국가다. OECD가 한국도 트럼프발(發) 관세 전쟁으로 성장이 위축될 대표적인 국가로 꼽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OECD는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며 세계 경제의 하방 위험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각국 무역장벽이 높아진 데다 지정학적·정책적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OECD는 이 같은 불확실성을 고려해 올해 세계 성장률을 종전 3.3%에서 3.1%로 0.2%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G20 성장률은 3.3%에서 3.1%로 낮췄다. 주요국 성장률도 줄줄이 하향 조정했다. 미국은 2.4%에서 2.2%, 유로존은 1.3%에서 1.0%, 일본은 1.5%에서 1.1%로 낮췄다.
내년 한국 성장률은 2.1%에서 2.2%로 상향 조정됐다. 같은 기간 세계 성장률이 3.3%에서 3.0%로 하향 조정된 것과는 대조적이다. 올해 성장률 하향 폭이 큰 만큼 기저효과를 고려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달 한국은 내년 경제성장률을 1.8%로 제시했다.
◇ 고물가·저성장 경고한 OECD
OECD는 각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깎은 반면 소비자물가 예상치는 되레 높였다. 관세 전쟁으로 각국의 수입품 물가가 오름세를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 반영됐다. 물가는 오르는데 성장 속도는 더뎌지는 ‘슬로플레이션’ 우려가 커졌다는 평가다.
OECD는 올해 G20의 소비자물가를 3.5%에서 3.8%로 0.3%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유로존은 2.1%에서 2.2%로 높였다. 미국은 2.1%에서 2.8%로 0.7%포인트나 높여 잡았다. 관세 인상을 주도하는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향 폭은 G20 가운데 가장 높았다. 한국의 소비자물가 전망치는 1.8%에서 1.9%로 상향 조정됐다.
OECD는 물가 상승 압력으로 각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속도가 더뎌질 수 있다는 점도 관세 전쟁과 함께 경기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요인으로 꼽았다.
OECD는 한국을 비롯한 각국이 글로벌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 공급망 다변화에 나서야 한다고 진단했다. 공정한 경쟁을 가로막는 규제를 제거하는 동시에 인공지능(AI) 기술을 각 부문에 빠르게 도입해 생산성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