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기각된 2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주변은 삼엄한 경비 속에서 긴장감이 감돌았다.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과 반대자들은 각각 다른 장소에서 탄핵 선고를 지켜보며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정의는 살아있다”…기각 소식에 환호한 지지자들
이날 오전, 경찰은 헌법재판소 주변에 많은 경비 인력을 배치하고 시위자들의 접근을 철저히 통제했다. 기자들도 신분증을 제시해야만 헌재 앞으로 이동할 수 있었으며, 이로 인해 대규모 집회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헌재 앞 진입이 막히자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은 안국역 사거리 곳곳에 소규모로 흩어져 “탄핵 무효”를 외쳤다. 이들은 오전 10시 한 총리 탄핵소추 기각 소식이 전해지자 양손을 치켜들고 “기각이다. 정의는 살아있다”라고 외치며 환호했다.
헌재 재판관들은 기각 5명, 각하 2명, 인용 1명의 의견으로 탄핵소추안을 기각했다. 이는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하며 한 총리의 직무가 정지된 지 87일 만에 내려진 결정이었다.
한 지지자는 윤 대통령 얼굴이 그려진 뱃지가 부착된 빨간 모자를 쓰고 “기분 좋아 날아갈 것 같다”고 외쳤다. 경주에서 올라왔다는 그는 “아무 죄가 없는 윤 대통령도 헌재 심판까지 받아야 하는 게 억울하고 원통하다”며 격양된 목소리로 말했다.
‘탄핵 각하’, ‘즉시 복귀’라는 팻말을 들고 있던 70대 여성 김모 씨 역시 “정의가 살아있는 걸 느낀다. 죄가 없는데 풀려 나는 게 당연한 일”이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민주당, 침통한 분위기 속 천막당사 설치
같은 시각, 광화문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천막당사를 마련했다. 오전 10시 30분경, 한 총리 탄핵 기각 결정이 내려진 직후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어두운 표정으로 천막당사에 모습을 드러냈다.이 대표와 박찬대 원내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는 천막당사 현판식을 진행한 뒤 이곳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었다.
이 대표는 “우리 국민이 납득할지 모르겠다. 대통령 권한대행은 헌법이 명확하게 정한 헌법상 의무를 명시적으로, 의도적으로, 악의를 가지고 어겨도 용서되나. 이 점에 대해 우리 국민이 판단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천막당사 인근에는 민주당 지지자들이 모여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 파면’ 등이 적인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시민 박모 씨(70·여)는 한 총리 탄핵 기각에 대해 불만을 표하며 “끝까지 해보자는 것”라며 “나는 정치에 관심 없이 학원을 운영 했지만 나라를 위해 죽을 각오를 하고 나왔다”고 했다.
또 다른 시민(60·여)도 “헌재가 윤 대통령 탄핵 선고 일정을 조정한 것도 엉망이다. 경제가 다 죽고 있지 않냐 시간 끌기는 국가적 낭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태근 기자 ptk@donga.com
김수연 기자 xunnio41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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