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만 바라보다 성장엔진 꺼진 독일 ...우등생에서 문제아로 [위기의 독일 경제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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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이 디지털 세계의 아날로그 국가라는 점이 최근 독일 경제 위기의 근본 원인이다."

김흥종 고려대 국제학부 특임교수(전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도 "독일은 러시아에서 천연가스를 싸게 사서 제품을 만든 뒤 중국에 많이 내다 팔며 땅 짚고 헤엄치는 방식으로 이득을 많이 봤는데, 최근 모든 게 다 막혀버렸다"라며 "단기적으로 제조업 수출은 회복될 것으로 보이지만, 중장기적으로 AI와 반도체 등 첨단 산업으로의 구조 전환이 어려워 경제가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산업 구조가 제조업에 편중됐고, 대외 무역 의존도가 높으며, 저출산·고령화에 따라 노동력 부족 현상이 심각하다는 독일 경제의 단점을 공유하고 있는 한국도 신성장동력 확보의 고삐를 늦추면 독일의 실책을 반복할 것이라고 김 교수는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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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이어 올해도 역성장 공포
과거 자동차 위주 성공모델 안주
AI 등 신산업 투자 소홀해 위기 초래

[매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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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이 디지털 세계의 아날로그 국가라는 점이 최근 독일 경제 위기의 근본 원인이다.”

제조업 중심의 유럽 경제 성공을 이끌어온 독일 경제 모델이 수명을 다하고 있지만, 독일은 아직도 과거 성공 모델에 안주해 인공지능(AI) 등 신성장동력 투자를 소홀히 한 결과 경제 위기를 자초했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독일이 강점을 갖고 있는 내연기관과 가전제품 산업에 AI와 전기차 등 새로운 기술들이 도전하고 있다”라며 “이처럼 아날로그 세계가 디지털화되고 있지만, 독일은 이에 적응하지 못해 미국과 중국에 주도권을 내줬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유럽 최대 경제 강국으로 한때 ‘유럽의 엔진’ 소리를 들었던 독일이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등 첨단 산업에서 미국과 중국에 뒤처지면서 다시 ‘유럽의 병자(sick man)’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독일은 2000년대 초반 막대한 통일 비용과 높은 실업률로 ‘유럽의 병자’ 딱지를 받았지만, 높은 제조업 생산력으로 당시 위기를 극복했다.

디지털 세계에 적응하지 못한 독일 경제는 위기를 겪고 있다. 지난해 마이너스 성장(-0.3%)을 기록한 데 이어 독일 재무부는 올해에도 -0.2%로 역성장할 것이라고 발표해 충격을 주고 있다.

크리스티안 린드너 독일 재무부 장관은 “독일 경제는 침체됐으며 경쟁력 상실과 결합한 구조 변화를 겪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독일 경제 모델은 지난 10년간 경쟁력을 잃었을 뿐 망가진 것은 아니다”고 항변했다.

올해 정부 전망치가 현실화하면 독일 경제는 2년 연속 내리막길을 걷게 된다. 로이터는 “작년 독일은 국내총생산(GDP)이 0.3% 감소하며 유로존에서 가장 저조한 성장세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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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에 처한 독일 경제는 미국은 물론 유로존 국가에도 뒤처지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데이터에 따르면 독일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 분기 대비 0.1% 감소했다. 이는 같은 기간 미국과 영국이 각각 0.7%, 0.6% 증가한 것과 대비되는 수치다.

전세계적으로 앞서나갔지만 현재는 위기를 맞은 자동차 산업이 특히 독일 경제를 흔들고 있다. 세계 2위의 자동차제조업체이자 독일의 국민차인 폭스바겐이 중국 시장 부진으로 최근1939년 설립 이래 처음으로 독일 내 공장 폐쇄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고, 중국 내 공장의 폐쇄도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독일 제조업 중심 경제 모델의 위기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라 지난 수십 년간 독일 경제의 강력한 성장을 지탱해온 값싼 러시아산 가스 수입이 끊기면서 금이 간 것으로 분석된다. 로버트 하벡 독일 경제부 장관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 가스에 의존하고 있던 에너지 집약적인 독일 산업이 문제에 직면했다”고 토로했다.

현재 독일 경제의 위기는 과거 제조업 위주 경제모델 성공의 희생양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제조업 성공 신화에 안주한 독일이 경제모델을 바꿀 필요를 느끼지 못해 첨단 산업 분야에 물리적, 인적, 인프라적 투자를 너무 적게 한 것이 독일 경제에 타격을 줬다는 것이다. 유럽연합(EU)에서 제조업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15%인데, 독일의 제조업 비중은 20%에 달한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전 한국경제학회장)는 “독일 경제 위기는 최근 산업 흐름이 기존 독일이 비교우위를 갖고 있던 전통적인 기계공업에서 반도체와 AI 등 전자공업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독일이 경쟁력을 잃었기 때문에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독일이 미국은 물론 우리나라와 일본에도 새로운 산업 분야에서 경쟁력을 잃고 있기 때문에, 서둘러 산업구조를 개편하지 않으면 독일 경제의 옛 영광을 되찾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흥종 고려대 국제학부 특임교수(전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도 “독일은 러시아에서 천연가스를 싸게 사서 제품을 만든 뒤 중국에 많이 내다 팔며 땅 짚고 헤엄치는 방식으로 이득을 많이 봤는데, 최근 모든 게 다 막혀버렸다”라며 “단기적으로 제조업 수출은 회복될 것으로 보이지만, 중장기적으로 AI와 반도체 등 첨단 산업으로의 구조 전환이 어려워 경제가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산업 구조가 제조업에 편중됐고, 대외 무역 의존도가 높으며, 저출산·고령화에 따라 노동력 부족 현상이 심각하다는 독일 경제의 단점을 공유하고 있는 한국도 신성장동력 확보의 고삐를 늦추면 독일의 실책을 반복할 것이라고 김 교수는 경고했다.

김정식 교수는 “독일은 신산업 육성을 위한 장기계획을 내놓기라도 했지, 한국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이 같은 장기 프로젝트 세우지 않고 있는 나라”라고 비판했다. 이어 “우리나라 정치권이 정쟁에 빠져 AI 등 신산업 육성을 위한 장기전략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도 독일과 큰 차이가 없다”라고 덧붙였다.

한국은행 미국유럽경제팀도 “한국 경제와 노동시장 상황은 2000년대 중반 이후 독일 상황과 흡사하다”라며 “고숙련 근로자 기반을 활용해 첨단산업의 생산성을 제고하고, 친환경 전환을 성장잠재력 확충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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