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디 버넘, 59대 총리 취임
효율 정부 꾸려 민생회복 총력
에너지 요금 인하 등 추진하나
구체적 재원 마련 방안은 없어
'북해 유전 개방' 압박 트럼프와
어떻게 관계 설정 나설지 눈길
앤디 버넘 영국 집권 노동당 신임 대표가 20일(현지시간) 제59대 영국 총리로 공식 취임했다. 최근 10년간 여섯 번째, 브렉시트 이후로는 일곱 번째 총리다. 버넘 총리는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정부를 약속했지만 저성장과 고물가, 재정난, 지역 격차 등 산적한 난제가 기다리고 있다.
그는 이날 버킹엄궁에서 찰스 3세 국왕을 만나 새 정부 구성 요청을 받은 뒤 키어 스타머 총리의 뒤를 이었다.
버넘 총리는 이날 사전 공개된 취임 연설문을 통해 "최근 10년 사이 다우닝가에 들어서는 여섯 번째 총리라는 사실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며 지금을 '반성과 결의의 순간'으로 규정했다. 또 버넘 총리는 "효율적인 정부로 전 세계에서 인정받고 국민의 숨통을 틔워줄 수 있도록 실질적인 삶의 개선을 가져와야 한다"며 생활비 부담 완화와 민생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그는 브렉시트 이후 영국 경제 성장세가 둔화된 가운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란 전쟁 등으로 물가가 상승하는 어려운 시기에 총리를 맡게 됐다. 국가 부채가 급증하고 국채 금리 상승으로 자금 조달 부담도 커진 상황에서 국방비와 복지 지출 확대 압박까지 받고 있다. 여기에 지난 지방선거 패배를 극복하기 위한 지역 불균형 해결에도 힘을 쏟아야 한다.
버넘 총리는 경제 회복과 지역 격차 해소를 위해 지역 균형 발전을 내세웠다. 그는 영국 경제의 장기 침체와 지역 간 차이가 런던과 웨스트민스터에 권력·자원이 집중된 구조에서 비롯됐다고 보고 총리실 기능 일부를 맨체스터 등 북부 지역으로 옮기는 '넘버10 노스' 구상을 추진하고 지방정부에 예산과 조세, 공공 서비스 관련 권한을 대폭 이양할 방침이다.
지역별 산업 기반을 육성해 전국적으로 양질의 성장을 이루겠다는 구상이다. 버넘 총리는 그레이터맨체스터 광역시장을 지내며 지방분권을 이끌어 '북부의 왕'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고 있다.
서민들의 생활고를 덜기 위해서는 에너지 요금과 버스비 인하, 대규모 공공주택 건설 등도 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추가적인 부담은 불가피하지만 버넘 총리는 부가가치세와 소득세, 국민보험료 인상 없이 재정을 운용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지는 명확히 제시하지 않아 올가을 예산안에서는 새로운 증세나 지출 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외교적으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이 가장 시급한 현안으로 꼽힌다.
지방행정 경험은 풍부하지만 외교 경험이 많지 않은 '국내통'인 버넘 총리가 예측하기 어려운 트럼프 대통령을 어떻게 상대할지가 관건이다. 전임 스타머 총리가 공개적인 비판을 자제하며 미국과 '특별한 관계'를 강조했지만 이란 군사작전 참여 문제를 계기로 트럼프 대통령과 갈등을 빚은 만큼, 버넘 정부에는 이전과 다른 대미 접근법이 요구되고 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버넘 총리 취임을 하루 앞둔 19일 트루스소셜에 그가 북해 유전을 전면 개방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해 유전이 영국을 가난에서 벗어나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 중 하나로 만들 수 있다"며 "버넘이 엄청나게 가치 있는 북해 유전을 완전히 개방할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에 스코틀랜드 애버딘 사람들이 거리에서 춤을 추고 있다"고 주장했다.
버넘 총리는 신규 북해 유전 개발을 제한한다는 기존 노동당 공약을 유지하면서도 이미 허가된 광구의 시추 확대와 생산 속도 증대를 허용하는 절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노동당 내부와 환경단체, 북해 석유업계 간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데다 트럼프 대통령의 공개적인 압박까지 더해지면서 첫 외교·에너지 정책 조율부터 상당한 부담을 안게 됐다.
[김제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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