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8·17 전당대회 출마를 두고 "고민하고 있다"고 26일 밝혔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친문(친문재인)계 재선 의원인 고 의원은 정청래 전 대표가 사퇴 과정에서 강조한 '친문·친노 적통론'을 정면 반박하며 당내 계파 경쟁에 날을 세웠다.
고 의원은 26일 YTN 라디오에 나와 '전당대회에서 지도부 역할을 맡을 결심을 했느냐'는 질문에 "고민하고 있다"고 답했다. 진행자가 '고민 중'이라는 답은 사실상 결심을 굳힌 것 아니냐고 묻자 부인하지 않았다. 이재명 대통령이 당대표를 맡던 시절 최고위원을 지낸 만큼 나서게 되면 당대표 도전이 아니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고 의원은 정 전 대표가 대표직을 내려놓으며 "친문, 친노의 적통" "나는 노사모였다"고 거듭 강조한 데 대해 "자꾸 무언가를 강조하는 것은 그렇게 읽히길 바라는 마음 아니냐"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의 적통은 약한 사람들을 위한 정치를 하는 것이지, 어떤 계파에 서 있었다고 적통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노무현, 문재인, 이재명 전·현직 대통령을 거론하며 "시대 상황에 따라 그분들이 나타나 민주당의 적통과 정통성을 이어온 것"이라며 "적통을 다툴 거면 누가 더 민주당다운 정책과 방법으로 당을 이끌지를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8·17 전대를 앞두고 친명(친이재명)계와 친문(친문재인)계 간 당권 경쟁이 가열되는 상황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친문계로 분류되는 고 의원은 계파 구도 자체에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는 "친명이니 친문이니 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며 "우리는 친 국민이 돼야 국민에게 선택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에게 힘을 싣는 것을 두고 친명이냐고 본다면 "그렇게 봐도 좋다"고도 했다.
검찰개혁에 쏠린 당 노선에도 일침을 놨다. 그는 "검찰개혁도 중요하지만, 지방선거에서 표출된 민심이 검찰개혁 하나로 다 괜찮아지는 것은 아니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2030세대 이탈에 대해서도 고 의원은 "그들이 극우화, 보수화됐다, 어쩔 수 없다고 하는 것은 너무 무책임하다"며 "젊은 층에 희망을 주지 못하는 정당은 미래가 없다"고 했다.
고 의원은 당이 민생 격차 문제를 외면하고 당권 경쟁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그는 "이번 전당대회에서 제일 답답한 건 자꾸 누구를 지키자 살리자 하는데 지금 코스피 9000 뒤에서 오히려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있는 그들을 위한 사람 거기 그 사람들을 살리자고 서로 경쟁을 해도 시원찮을 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자꾸 너희들을 위해서 지키려고 싸우지 말고 우리를 좀 지키려고 싸워라'고 (국민들이) 하시는데 왜 그걸 쳐다보지 않으시는지 잘 모르겠다. 답답하다"고 털어놨다.
고 의원은 이른바 '386세대 책임론'도 언급했다. 그는 "민주화 운동을 한 386을 탓하는 게 아니라, 이미 성장의 성과를 누린 분들이 이제는 옆을 좀 돌아봐 달라는 절규"라며 "그런 신호가 여러 차례 있었는데도 당은 계속 안으로만 파고들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권을 다시 빼앗긴다면 무엇을 할 수 있겠느냐. 지방선거에서 국민이 내린 냉엄한 평가를 놓치는 순간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했다.
이어 정청래 전 대표에 대한 불만을 묻는 질문에는 "불만이 많다. 그러나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없다"며 "내가 지도부에 있지 않았기 때문이지만, 언제까지 이럴 수만은 없지 않으냐"고 했다.
다음 달 1일 이 대통령과 문 전 대통령의 청와대 오찬 회동에 대해선 국정을 안정시키려는 목적이 크다고 해석했다. 고 의원은 "바깥으로 말씀하시기에는 만나야 할 시점이 왔으니 만난다고 하시긴 할 테지만 모든 정치가 맥락을 읽는 것"이라며 "당의 분란이 모든 이슈를 덮어버릴 지경이다. 두 분이 만나 지금 국면을 안정시키려는 것 아니겠느냐"고 분석했다.
최해련 기자 haery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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